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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과 ‘2008 윤이상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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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과 ‘2008 윤이상 페스티벌’
  • 최금연 기자
  • 승인 2008.09.05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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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윤이상 페스티벌’은 2005년 작곡가 윤이상의 서거 10주기를 맞이하는 해에 설립된 윤이상 평화재단의 주최로 윤이상의 탄생일인 9월 17일부터 서거일인 11월 3일 사이에 매년 열리는 음악축제이다. 2005년에는 ‘윤이상의 귀환’이라는 제목으로 9회의 음악회, 강의, 심포지움이 열렸으며, 2006년에는 ‘윤이상 평화음악축전’이라는 제목으로 5회, 그리고 2007년에는 ‘2007 국제 윤이상 음악상’이 제정됨과 함께 13회의 행사가 국제적으로 열렸다.

2007년은 1995년 타계한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탄생 9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의미가 큰 해였던 만큼 풍성한 음악축제와 행사들이 열렸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뜻 깊었던 일은 미망인 이수자 여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청와대를 방문한 일이었다. 그 초청으로 말미암아 윤이상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졌으며 동시에 그 동안 정치적으로 더 많은 조명을 받았던 윤이상의 이미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한국인이 윤이상을 순수한 작곡가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온 것이다.

지난 2005년 설립된 이후 ‘윤이상 평화재단’은 매년 윤이상의 탄생일인 9월 17일부터 서거일인 11월 3일 사이에 음악축제를 열고 있다. 작년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오보에 연주자 하인츠 홀리거와 하프 연주자 우어줄라 홀리거 부부가 KBS 교향악단과 윤이상의 오보에, 하프, 소관현악을 위한 2중 협주곡 ‘견우와 직녀 이야기’ (1977)를 협연하여 ‘2007 윤이상 페스티벌’의 마지막을 장식했으며, 올해 2008년에는 지휘자 정치용, 첼리스트 고봉인, 그리고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4개 도시를 순회하는 ‘2008 윤이상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윤이상 평화재단은 2007년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을 리더로 ‘서울 윤이상 앙상블’을 창단하여 베를린의 윤이상 앙상블, 국제윤이상협회, 평양의 윤이상 음악연구소, 윤이상 관현악단과 함께 국제적인 윤이상 전문 연주단체의 네트워크를 구성하였다. 이에 따라 윤이상 평화재단은 윤이상 관련 학술행사 및 음악회 공동개최 등으로 현재의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면서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목표로 윤이상 페스티벌이 글로벌 페스티벌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윤이상은 생존 당시 현존하는 세계 5대 작곡가로 선정될 만큼 음악적 업적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그의 오페라 ‘심청’이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의 서막을 여는 축전오페라로서 뮌헨국립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된 사실이다. 오페라 ‘심청’ 초연은 윤이상의 세계적 위상을 증명하기도 했지만, 한국인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심청이라는 우리 고유의 캐릭터를 전 세계에 소개하여 진한 감동을 함께 나누었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었다. (윤이상을 통해 소개된 심청을 외국인들이 어떻게 이해하였는지에 관해서는 2006년 1월 28일 방송된 KBS 스페셜 ‘심청, 바다를 건너 돌아오다’편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으며 KBS 웹사이트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이렇게 윤이상이 세계적인 작곡가로 주목받게 된 이유는 그의 음악이 서양음악의 모든 전통을 흡수한 바탕위에 동양의 철학 사상과 한국의 국악적 전통을 완벽하게 결합하였기 때문이다.

아놀드 쇤베르크(1874-1951)가 창시한 이후 조성음악으로부터 분리된 12음 음악은 듣기 어려운 난해한 ‘현대음악’으로 발전되었다. 클래식 음악이 바로크, 고전주의, 낭만주의 등으로 분류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쇤베르크 이후의 음악은 음렬주의, 총렬주의, 우연성음악 등의 수많은 악파로 파생되기는 하였지만 20세기가 끝날 때 까지도 약 100년간을 통 털어 ‘현대음악’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으며, 21세기에 들어서는 ‘20세기 음악’이라는 용어로 불리게 되었다. 음악학자 홍은미는 윤이상의 음악이 이러한 조성음악과 20세기 음악의 극단적인 단절을 윤이상 특유의 작곡기법인 ‘주요음 기법’으로 융합해 내었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하여 중세부터 서양음악의 예법상 가장 중요하게 인식되었던 ‘도미넌트(Dominant)’를 주요음 기법을 통해 12음 음악 안에서 구현해 내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동양의 철학 사상을 현대음악에 깊이 결합하였다. 예를 들면, ‘나비의 꿈(1968년 작곡)’ ‘바이올린 협주곡 2번 2악장 - 나비와 원자폭탄의 대화(1983-86)’ 같은 작품에서는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음악과 결합시켰고, ‘영상(1968)’에서는 고구려의 고분벽화를 음악으로 묘사하면서 벽화에 담긴 노장사상과 주역의 우주론, 그리고 이러한 사상들을 바탕으로 우리의 고유한 철학과 예술을 꽃피운 조상들의 높은 정신을 자신의 음향언어로 엮어내고 있다.

국악적 전통의 결합은 윤이상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이다. 국악기를 직접 사용한 예는 ‘예악(1966)’으로 이 곡은 국악의 정악(제례악)을 오케스트라의 음향으로 재구성한 윤이상의 대표작이다. 그리고 국악의 특징적인 꾸밈음들을 12음 기법과 결합하였으며, 농현(국악의 특징적인 음의 떨림)을 응용하여 목관악기의 연주 기법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특히 그의 플루트를 위한 작품들은 많은 국제 음악 콩쿠르의 지정곡이기도 한다. 윤이상 자신은 이런 특징을 가리켜 “서양의 음은 마치 연필과 같이 일률적이고 선(線)적이지만, 동양의 음은 붓의 획과 같이 굵고 가늘면서도 직선적이지 않으며, 그래서 신축성 있는 변화의 조형적 가능성을 더 많이 지니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이렇듯 윤이상 음악의 업적을 모두 간단하게 나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한국인에게 보다 더 큰 긍지와 자부심을 주는 사실은, 동서양의 구분 없이 윤이상의 음악을 공부하려는 음악가라면 모두 앞에서 예로 나열한 서양음악의 모든 이론적 전통과 그의 바탕이 되는 기독교 전통, 동양의 철학 사상, 한국의 고대사, 불교, 그리고 국악이론과 국악기 연주이론에 함께 접근하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이상을 공부하는 많은 외국 음악가들이 국악을 공부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윤이상 음악이 약 반세기 전부터 세계음악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난해한 윤이상 음악으로의 접근’

윤이상의 음악을 실제로 접해본 청중들은 아마도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음악에는 감미로운 멜로디도, 멋진 화성진행도 없으며, 리듬 또한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서양음악이 교과서에 나오는 음악의 3요소 즉, 리듬, 멜로디, 하모니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말을 다시 풀어 보면, 중세의 교회선법시대의 관점으로는 바하의 음악은 이해하기 힘든 체계를 지닌 급진적인 음악이었고, 같은 식으로 바하와 드뷔시, 또 드뷔시와 쇤베르크를 비교하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즉 음악이 발전되어가면서 현대음악으로 접근해 오는 동안 음악은 ‘음악의 3요소’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며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음악회장에서 익숙한 클래식 음악을 들었을 때와 현대음악을 들었을 때의 괴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해야 할까는 여전히 청중들에게 불공평한 숙제로 남는다. 이 문제에 대한 가이드로 윤이상의 친구였고 ‘생의 한가운데’의 저자이며, 윤이상과의 대담을 기록하여 ‘상처입은 용’이라는 책으로 엮은 루이제 린저의 설명을 인용한다. 루이제 린저의 설명은 우리가 윤이상 음악을 들을 때 어떻게 마음을 열어 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몇 가지 단서를 준다.

최근 내가 자유 베를린 방송국에서 당신의 녹음 테이프 몇 개 <유동> <나모> <바라> 그리고 다시 <차원>을 들었는데 그때 옆에 녹음 테이프를 틀어준 방송국 여직원 한 명이 있었습니다. 나는 테이프를 각각 두 번씩 들었습니다. 한 번은 총보를 보면서 또 한 번은 총보를 보지 않고요. 그녀는 음악 같은 건 안중에 없다는 듯이 긴 뜨개바늘로 뜨개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나는 그녀에게 이 음악에 전혀 관심이 가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관심 없다고 했습니다. 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뭔가를 들으려고 한다면 그 듣는 방법이 잘못되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괜찮으시면 이 음악에 대해서 조금 설명해드릴까요?” 그녀는 설명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당신은 이 음악을 때로 즐겁고 때로 슬픈 음향의 흐름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한번 그 음악을 묘사된 형상이나 그림이라고 상상해 보십시오. 알겠습니까? 먼저 다양한 색채로 이루어진 그러면서도 파동하는 음향의 융단이 나타납니다. 그 융단은 날카롭고 밝은 끝에서 갑자기 끊어집니다. 그리고 거기서 실 한 가닥이 풀려나와 그 실이 생물처럼 때로는 굵고 때로는 가늘어지면서 운동하다가 갑자기 세 가닥으로 나뉘고, 이번에는 그 세 가닥의 실이 위로 아래로 서로 엉킵니다. 그러나 갑자기 그 놀이가 끝나고 한꺼번에 어두운 색채로 짜여져, 다시 깊게 드리워진 거대한 음향 덩어리가 나타납니다.” 등등. 그녀는 흥미를 보였고 그래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들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아, 음악이라는 건 이렇게 이해하는 거군요”라고 했습니다. 이번 경험은 당신의 음악을 듣고 이해하는 데는 한편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렇더라도 또 한편 이해한다는 것이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을 나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윤이상, 루이제 린저, ‘윤이상 - 상처입은 용’ (랜덤하우스중앙, 2005), pp.267-8. (이 책의 초판은 독일어로 1977년 출판되었다.)

올 해 열리는 ‘2008 윤이상 페스티벌’의 주제는 ‘표상(表象)’이다. 윤이상은 한국 현대사의 모든 비극을 관통하는 하나의 표상이며 우리는 이 페스티벌과 더불어 그 비극을 매듭지으려 한다. 지휘자 정치용, 첼리스트 고봉인, 그리고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9월 1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9일 오후 7시 30분 춘천 문화예술회관, 20일 오후 7시 30분 전주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그리고 21일 5시 통영 시민문화회관에서 연주한다. ‘2008 윤이상 페스티벌’은 청중들에게 윤이상의 인간적인 면과 그의 음악 그 자체로 더욱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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