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주인공은 21일 서기관 승진대상자로 결정된 광주시 환경정책담당 정반표씨(57).
정 서기관은 매일 오전 5시 기상과 함께 앞도 못보는 아내의 얼굴을 손수 닦아주며 하루를 시작한다. 퇴근후에는 곧바로 집으로 향해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돌보고 설겆이와 방청소도 도맡아 한다.
단란하기만 했던 정 서기관의 가정에 불행이 닥친 것은 지난 1995년 12월. 담양 친척집에서 광주로 귀가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한 자동차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날 사고로 정씨는 왼쪽다리 대퇴부와 팔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고 5개월간의 입원치료와 두번의 대수술끝에 현재 인공관절에 의지하는 신체장애자(지체 5급)가 됐다.
옆자리에 타고 있던 그의 부인은 시신경이 마비되고(시각장애 1급) 뇌손상까지 입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당시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2학년이던 두 아들들과 지극정성으로 간병한 결과인지 4년8개월여만에 깨어나긴 했지만 앞을 볼수 없고 기억상실증까지 앓는 반신불수 장애인이 됐다.
이후 아내와 가정을 돌보고 두 아들들의 뒷바라지를 해온게 10여년을 넘어서고 있다.
정 서기관은 "부모가 한꺼번에 사고를 당해 한번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두 아들들에게 미안하다"며 "하지만 그런 환경속에서도 구김살없이 꿋꿋하게 성장해준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승진이 결정된 이날도 둘째 아들에게 휴대전화로 "아들아 정말 고맙다. 사랑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공직생활도 남달랐다. 미래 생태환경도시로의 꿈을 실현하는 광주시 환경정책을 수립하고 2011 광주세계환경엑스포, 환경중장기 종합계획 수립 등도 그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힘겹기만 한 가정생활에도 불구하고 공직생활만큼은 철저하다는게 주위의 한결같은 평가다.
정 서기관은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이제는 서기관으로서 공직생활에 더욱 충실하고 가정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이면 늘 아내의 바깥나들이를 위해 곡성군 석곡 고향집에 간다.
저작권자 © 영남매일-당당한 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