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이면 우리의 일상도 조금씩 달라진다. 두꺼운 외투를 꺼내고 집 안에는 전기장판과 난방기구가 하나둘 자리를 잡는다. 따뜻한 겨울을 준비하는 이맘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불조심'이다.
매년 11월은 '불조심 강조의 달'이다. 1948년 시작된 불조심 운동은 올해로 79회를 맞았다. 오랜 세월 동안 생활환경과 소방기술은 크게 발전했지만, 화재로부터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자는 약속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화재예방의 중요성을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된다.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대원들은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아무리 신속하게 출동하고 화재를 진압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피해를 모두 되돌릴 수는 없다. 그렇기에 화재가 발생한 뒤의 대응만큼이나 사전에 예방하는 일이 중요하다.
실제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경남소방본부가 분석한 최근 5년간(2021~2025년) 화재 발생 현황에 따르면 겨울철 화재는 전체의 29.6%로 사계절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겨울철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도 221명으로 가장 많았다.
화재는 특별한 장소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전기히터 가까이에 놓인 옷가지, 여러 전기제품을 연결한 멀티탭,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켜놓은 가스레인지처럼 평범한 일상 속 작은 부주의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화재예방은 결코 어렵거나 거창한 일이 아니다. 난방기구 주변에 불에 타기 쉬운 물건을 두지 않고, 전기장판을 안전하게 사용하며, 외출 전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의 전원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우리 집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점검하는 일도 중요하다. 소화기는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는 초기 화재에 도움을 주고,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 발생 사실을 빠르게 알려 대피할 시간을 확보해 준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소방시설이지만 위급한 순간에는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든든한 안전장치가 된다.
화재 발생 시 올바른 대피요령도 알아두어야 한다. 특히 공동주택에서는 화재 발생 위치와 연기 유입 여부, 대피 경로의 안전성을 살펴 행동해야 한다.
자신의 집에서 불이 났다면 안전한 경로로 신속히 대피하고, 복도나 계단에 연기가 가득해 대피하기 어렵다면 무리하게 이동하지 말고 안전한 공간에서 119에 구조를 요청해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기억했으면 하는 것이 있다. 바로 '119안심콜' 서비스다. 질병이나 장애 등 개인별 정보를 미리 등록하면 응급상황 발생 시 구급대원이 해당 정보를 확인해 응급처치와 이송에 활용할 수 있으며, 등록된 보호자에게도 119 신고 접수 사실 등을 문자로 알려준다.
특히 올해부터는 화재대피 안내 기능이 추가돼 화재 발생 시 스스로 대피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안전망도 강화됐다. 화재 신고가 접수되면 등록정보를 바탕으로 119상황요원이 대상자의 안전 여부와 대피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안내를 제공한다.
멀리 계신 부모님이나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가입을 도와드리는 것도 의미 있는 안전 실천이 될 것이다.
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기도 하다. 소방의 날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공무원들의 노고를 되새기는 날이라면, 불조심 강조의 달은 우리 모두가 안전을 위해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지 돌아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소방공무원으로서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화재 현장에서 누군가를 구조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바라는 것은 시민 누구도 화재로 소중한 가족을 잃거나 평온한 일상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다.
불조심 강조의 달을 맞아 오늘 하루만이라도 우리 가족의 안전을 돌아보았으면 한다. 소화기의 위치를 확인하고, 오래된 멀티탭을 점검하며, 멀리 계신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보자.
불조심은 11월에만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365일 우리의 일상에서 지켜야 할 약속이다.
올겨울, 우리 모두의 작은 관심과 실천이 모여 가족과 이웃이 안심할 수 있는 따뜻하고 안전한 겨울이 되기를 바란다.
김해서부소방서 진영119안전센터 소방장 김영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