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1시10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해를 실은 운구차량이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 들어서자 수많은 추모객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었다.
봉하마을 입구 1km 거리에 휘날리는 만장 사이로 운구행렬이 보이자 추모객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울먹이는 사람과 통곡하는 사람, 신음하는 사람들로 마을은 어느새 눈물 바다로 변했다.
마을 삼거리에서 정토원으로 천천히 이동하던 운구차량을 둘러싼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으면. 얼마나 외로웠으면. 믿어주지 못해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비통한 심정에 목놓아 울었다.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편안한 모습의 영정 사진과는 달리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가득한 추모객들은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렇게 흐느꼈다.
마을을 가득 메운 조문객들은 "이렇게 보내는게 아닌데. 너무 미안하다. 죄송하다. 그리고 고맙다"며 "노무현, 노무현, 노무현"을 외쳤다.
봉하마을 입구에는 젊은 청년도, 백발의 노인도, 몸이 불편한 장애인도 '서민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추모하는 행렬로 가득 메워졌다. 이들의 감정은 슬픔과 분노, 그리움으로 뒤섞였다.
안치식이 열린 정토원에 도착한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 등 유족들은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글귀가 쓰인 유골함을 보는 순간 또다시 눈물을 쏟았다.
'대통령의 아내, 대통령의 아들, 대통령의 딸'이라는 무거운 역할로 그동안 감정을 추스려왔지만 고인을 보내는 마지막 순간, '한 남자의 아내, 다정한 아버지의 아들과 딸'로 돌아와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인의 지인과 측근들도 유족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1946년 8월6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2002년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돼 '지역주의 타파, 권위주의 청산', '고향에 내려온 첫 퇴임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정치 역사를 썼다. 이제 그런 그는 한줌의 재로 변해 평소 즐겨 오르던 고향 봉하마을의 품에 영원히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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