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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공산만강(空山滿江)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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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공산만강(空山滿江) <2>
  • 편집부
  • 승인 2009.10.08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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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석계 그림/초현
 
   

3. 내가 떳떳하니 무엇이 두려우랴

국주인 진천권 황대녕이 공산에 있은 기간은 불과 삼년여 였다.
그러나 세월이 지날수록 그때의 시간의 귀중함이 절실히
와닿았었고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차곡차곡 더해졌다.

“그래, 선사님이 무어라 하셨던가?”

국주가 서신을 미처 뜯지도 않은채 급한 마음에 물었다.

“사형에게 안부를 전하라했고 비록 세상의 인연이 이어지지 않았
으나 사형을 끝까지 위하지 못함이 떠나는 순간에 마음의 짐이
된 듯합니다. 주일무적 상성성(主一無適 常省省) , 곧 내가 떳떳
하니 무엇이 두려우랴! 그렇게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라하셨습니다”

국주가 하늘을 올려다 보며 탄식을 했다.

“사부님의 당시의 가르침을 어리석은 내가 깨닫기 까지는 10년
이었다. 그래서 나중에야 다시 그분을 찾았으나 뵐 수 없었다.
세월의 애석함은 정말 내 잘못만큼이나 크도다”

잠시후 주위에 보는 시선들이 있는지라 국주가 격한 감정을
추스르고는 그 자리에서 서신을 개봉하여 읽었다.
서신에는 짧은 안부와 장평의 앞날을 잘부탁하는 것으로만
적혀있었다.
국주가 습막이 진 눈을 들어 장평에게 물었다.

“사제가 전한 선사의 유명을 내 일생의 지표로 삼겠네. 그리고
이제 사제는 어디로 갈 것이냐? 적어도 오늘 하루는 내집에서
묵기로 하게”

장평이 잠시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사실 마땅히 갈곳을 정한 곳은 없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사부님의
유명이 하나 더 있으니 제가 사형의 곁에 머물며 적으나마 조금의
도움이 되라 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폐가 될까 두려워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국주가 그의 말에 기뻐했다.

“그것은 나도 원하는 바이다. 돌아가신 스승님이 과연 선견지명이
있어 내 외로운 마음을 알고 착한 사제를 보내었구나. 그러지
않아도 서신에 사제를 잘 돌보도록 적혀 있었으니 사제는 여기서
내집 같이 편안히 지내도록 해라. 그리고 혹 다른 계획이 서면 그
때 가서 다시 우리 두 사람이 의논을 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가 국내의 사람들을 장평에게 소개했다.
표국의 식솔이 삼백명 그중 표사 이상은 백명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국주가 기분 좋게 말했다.

“거소는 내원에 있는 별채를 사용토록 해라"

4. 사람 사이에 산이 있고 강이 흐르다

내원은 국주의 가족들과 시녀들이 머무는 곳이었고 그중의
한쪽 아담한 별채가 장평의 숙소로 정해졌다.

별채 담벽밑에는 오래된 매화나무가 낯선 침입자를 경계하듯
서있었고 대나무 울타리가 쳐진 작은 화단이 만들어져 있었다.
여름내 무성했던 화단의 꽃들은 아직도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나, 눈녹은 물이 아지랑이 되어 이월의
맑은 하늘로 오르고 있었다.
작은 화단 옆에는 2단의 대를 만들어 화분과 수석 그리고
분재가 놓여져 있었는데, 분재의 섬세한 가지줄기와 수석의
고아함은 도저히 호방해보이는 국주를 떠올릴 수 없었다.
국주인 사형 가족중에 꽃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듯 했다.

대위에 놓인 분재와 수석들을 보며 장평이 그가 떠나온 공산을
떠올렸다.

본래 사람 사는 곳은 항상 똑 같았다.
사람 사이에 산이 있고 강이 흐르고 있었다.

공산만강(空山滿江)!

그러나 지금 사람들은 산을 떠나고 희망과 꿈을 찾아 강으로
몰려들었다.
장평 그 자신도 강으로 내려 온 것이다.
어릴적부터 사부에 거두어져 공산에만 산 그였다.
지금 무언가 공산과 달라진 환경은 산그림자가 흐르는 강물에
드리워지듯 낯선 생경스러움 대신에 설레임이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우렁찬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이얍!-”

그리고 가끔 병장기의 부딪치는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이제보니 소리는 화단이 있는 담벽너머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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