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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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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 조유식 기자
  • 승인 2007.12.31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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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보내온 글

이 글은 일반계 공립 고등학교에서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합격한 아들을 둔 한 학부모님께서 설동근 교육감님께 보내온 글입니다. 여러 학부모님께 자녀교육에 참고가 될 수 있는 내용이어서 글쓴이의 허락을 받아 전문을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 


제 아들만이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공립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순전히 선생님의 가르침과 스스로의 노력으로 국립대학에 진학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더욱이 사회에 특별히 이바지한 것도 아닌데 이제 대학에 갓 들어갈 미완의 아이들을 두고서, 이런 글을 쓰는 게 매우 조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글을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쓰게 된 것은 자신의 잠재된 능력이 있음에도 어려움 때문에 사교육을 받지 못하여 성적 향상이 되지 않는다는 열등감 또는 불이익을 당한다고 여기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자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자사고와 특목고만이 절대적으로 우수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학부모님들에게 다시 한 번 자녀교육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보냅니다.

우리 아이들은 아마도 제가 대학 선생이고 경제적 뒷받침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에 의존하지 말라는 제 의견을 두 아들이 잘 따라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 가치관이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힘쓰는 부산시교육청의 교육정책과 일치하였기 때문이라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큰아이도 그랬지만 둘째 아이도 중학교에서 특목고 권유를 받았습니다. 둘째는 초등 3년 때 월반 기회도 있었기에 주변에서 더 아까워했으나, 제가 중요시하는 교육의 첫 번째 장소는 가정이기에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고, 스쿨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등·하교를 할 수 있는 공립 일반계 고등학교에 지원하였습니다.

교육은 머리가 먼저가 아니라 몸으로 오감으로 먼저 부딪치고 경험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여깁니다. 많은 과학자가 수없이 실험을 반복하여 결과를 얻고, 정상에 선 예술인이나 스포츠 스타들 또한 연습하고 또 연습한 결과로 최고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머리로만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다 보면 두뇌에 신경회로망이 형성됩니다.

저는 자녀가 중학교까지만 제 형제 부모들과 지내기보다는 고교까지 함께 하는 게 인격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풍요로움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을 경계토록 하여 좁더라도 한방에서 자고 공부하게 하였습니다. 몸으로 부딪치며 다투고 갈등하더라도 화해하며 형제애가 더 돈독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또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쯤 생각하는 아이들이 되기 바랐습니다. 그래서 후원 단체의 한곳은 아이들 이름으로 하도록 하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아침 식사를 같이합니다. 이 시간에 잠시라도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고 싶었습니다. 삶에서 중요한 덕목들, 시사적인 것, 일가친척 소식, 읽을거리나 본 것,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등을 잠시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중학교까지는 사교육을 받지 않았으므로 방과 후 시간이 넉넉하여 저녁 식사 시간이 비교적 길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고교생을 둔 가정은 아침 식사 시간이 유일하게 식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아이들은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었을 텐데도 잘 따라 주었는데,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몸으로 익혀 왔기에 싫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걸어서 등·하교를 한다는 것은, 10여 분 남짓하지만 참 소중한 시간입니다. 발로 땅을 딛는 것 그 자체가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으며 도심이라 할지라도 가로수의 변화하는 모습 하나로도 계절을 읽을 수 있습니다. 걷는다는 것은, 자칫 삭막해 질 수 있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그나마라도 다행이라 여깁니다. 그래서 집 근처의 공립학교가 좋은 이유도 있습니다.

공부에 관하여는, 공부를 일로 여기라는 충고만 하였습니다. 일은 피하고 싶어도, 싫어도, 귀찮아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니 일처럼 복습 위주로 예습을 병행해 보라고만 하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독서량과 시험 보고 나서 반드시 분석하여 복기하도록 권유한 것이 전부입니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은 꿋꿋한 우리 청소년들이 대부분 그렇게 하였으리라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노력에 의한 성취를 경험하게 되면, 주어진 어느 경우든지 문제 해결 능력을 지니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바로 그 힘이 아닌가 합니다.

저의 소견이라 정말 조심스럽습니다만, 특목고와 자사고 등에 대해 제 생각을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이런 학교는 설립목적이 뚜렷합니다. 그러나 여러 학부모님에게 잘못 인식되어 입학에 따른 조기 과열 경쟁으로 말미암아 많은 문제를 낳게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학습 능력은 제각각 차이가 있으며 영재와 천재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사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을 영재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특목고와 자사고에 들어가려고 어릴 때부터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영재는 사교육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재는 홀로 서게 되었을 때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에서 한계에 부딪치게 됩니다. 따라서 정작 잠재된 능력이 충분히 있으나 교육에 대한 가치관이나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아 특목고와 자사고가 아닌 다른 공교육시스템에 진학하였다고 하여 학습능력이 뒤진다고 단순 비교하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참 영재들은 초중고 공교육 과정에서 선생님들에 의해 충분히 파악될 수 있습니다. 유년시절부터 드러날 수도 있고, 서서히 초·중·고 어느 시절에도 드러날 수 있습니다. 이런 영재들은 국가의 소중한 자원으로서 대학에 들어가기에 급급하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적 차원에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학교 선생님들께서는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신다는 자부심을 가지시고 우리 청소년들을 잘 이끌어 주십시오. 공교육의 희망을 보여 준 부산시교육청에서 선도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다양한 공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여 우리 아이들이 사교육이나 특별하다고 하는 학교 등에 그늘 지지 않게 하여 주시고, 공교육에서 공부하는 청소년들이 얼마든지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을 대한민국으로 하여금 깨닫게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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