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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공산만강(空山滿江)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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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공산만강(空山滿江) <1>
  • 편집부
  • 승인 2009.09.22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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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석계 그림/초현 <1>
 
   

1. 산은 비어 있고 사람들은 강으로 모여들다

때는 원명이 교체되고 백여년이 흐른 어느 늦은 이월 하루였다.
매서운 혹한의 겨울을 이겨낸 매화나무 나무가지는 그동안 쌓인
눈의 무게를 떨치고 따뜻한 양광 아래 푸르른 물기를 맺고 있었다.

길거리마다 녹은 눈은 겨우내 얼어붙었던 사람들의 마음도
같이 풀어주고 있었으나, 보도석이 깔린 길은 진창이 되었고
절강성내의 번화한 항주의 길거리는 마찬가지로 질퍽대고
있었다.
그나마 네모반듯한 보도석을 조심스레 골라디디며 아침나절
햇살을 등뒤에 받으며 한 청년이 걷고 있었다.

봇짐을 등뒤에 짊어진 청년은 나이는 스물둘 정도 되어 보였고
그다지 큰 체구는 아니나 단아한 외모며 맑은 눈빛을 띄고 있었다.
입고 있는 남색 의복은 밤을 새우며 길을 걸어 왔는지 허름했고 남루해보였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 듯 흐트러지지 않은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남의 청년의 발걸음이 마침내 한 표국 앞에 섰다.

“영화표국!”

사람들은 자고로 부귀와 영화를 추구했고 표국은 그 선두에
서고자 했다.
인류의 잠든 새벽을 깨우고 개척해야할 미지의 길을 먼저
내닫는 표국이기에 그 이름이 영화표국이었고 항주의 한 이름
있는 표국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일필휘지의 글이 새겨진 현판을 올려다보던 청년이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

“누구시오?”

문 두드리는 소리에 닫힌 육중한 대문을 열던 표국의 문지기로
여겨지는 노인이 못보던 낯선 얼굴에 의아심이 들어 물었다.
청년이 두손을 모아 정중히 포권을 하며 그의 아래위를 훑어
보는 노인에게 찾아온 용건을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호남성 진현에서 온 장평이라 합니다. 다름
아니옵고 국주님을 만나 뵈러 왔습니다”

청년의 느닷없이 국주를 찾는 말에 노인이 다시 물었다.

“무슨 용건인가?”

“저의 돌아가신 스승님의 유명이 있어 찾아뵙고자 합니다”

진현은 항주에서 걸어서 꼬박 십여일 거리였다.
결코 가깝지 않은 먼길을 온 청년이기에 노인이 더 이상 묻지
않고 그를 안으로 들였다.

표국의 내부는 아침이었지만 붐비고 있었다.
정원에 울창히 심어진 매화나무 꽃은 부푼 망울을 맺고
있었고 표국사람들은 겨우내 웅크렸던 어깨를 펴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청년에게 다행스럽게 마침 국주인 진천권 황대녕이
집무실에 나와 있었다.
그가 노인의 기별을 듣고 청년을 만났다.
진천권 황대녕은 오십대의 호한이었다.
큰 체구에 각이 진 얼굴, 사람 좋은 듯한 호방한 모습이었다.
진천권 황대녕이 장평이라는 청년이 본인 스승의 유지를
가지고 먼길을 찾아 왔다기에 청년을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
보았다.

2. 떠도는 산

"본인이 표국의 국주이네, 젊은이는 누구이며 무슨 일로 나를
찾았는가?”

국주인 진천권 황대녕이 집무실 대청 아래에 선 장평에게 물었다.
장평이 국주의 호방한 모습과 그것에 걸맞는 우렁찬 목소리에
호감을 느꼈다.

“제 이름은 장평이라 합니다. 그리고 진현의 공산(空山)에서
내려오는 길입니다”

그말에 국주의 안색이 급속히 달라졌다.

“공산! 자네가 공산에서 왔다는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공산에서 선사의 유명이 있어 사형을 찾아뵙고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리고는 품속에서 한통의 봉서를 꺼내었다
국주가 반가움에 신발도 신지 않고 버선발로 마루를 내려오더니
서신을 받고는 장평의 두손을 붙잡았다.

“반갑네, 자네가 내 사제가 되는군...그런데 선사라니 사부님이
돌아가셨단 말인가?”

“예, 달포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 말에 진천권의 큰 두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분이 그동안 돌아가시지 않고 살아계셨구나. 나는 그동안
소식을 모르고 있었네...”

그가 무기명제자로 있으면서 모시던 스승에게서 도망치다시피
한 것이 거진 이십 몇여 년 전이었다.
그리고 대화산파의 제자가 되어 표국을 창립했고 그리움에
세월이 흘러 비록 명목상이었으나 한 때 스승으로 모신 분을
찾았으나 소식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까맣게 잊고 있던 사문에서 생각도 못했던 사제가
찾아온 것이다.

“잘왔네, 그런데 공산은 그동안 어디에 있었는가”

말이 앞뒤가 맞지 않았다.
자신이 살았다는 곳을 모른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장평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호남성 진현의 세헌산입니다.

공산은 있는 위치가 일정하지 않았다.
곧 공산은 산이면서 산이 아니었고 특정 지역은 더욱이 아니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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