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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라도서 왔지라..대통령이 산당께 안 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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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라도서 왔지라..대통령이 산당께 안 왔소
  • 이균성 기자
  • 승인 2008.04.18 11:48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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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봉하마을의 봄은...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남녁 땅 김해(金海)에 봄을 뿌리던 날.
노 前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봉하마을 풍경이 궁금했다.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들렀을까? 찾아오는 사람들 앞에 나와 조금은 멋적은 듯  "별로 볼 것도 없고 차라도 한잔 대접하지 못하는데 이 먼 곳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지요?" 라고 던지는 그 양반의 소박한 웃음을 볼 수는 없겠지만... 그 곳 모습은 어떨까?

김해시내를 벗어나 찾아가는 내내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는데... 주차장을 보는 순간, 아... 놀라움이다. 대형 버스 네대가 떠억 서 있고 주차장은 승용차들로 가득 찼다. 전북, 전남, 충북 번호판. 생가 입구부터 우산을 들고, 어떤 분들은 그냥 비를 맞은 채로 골목을 걸어 나온다. 생가와 사저를 둘러보고 나오는 모양이다.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항상 "나와 주세요" 를 외치는 사저 앞에도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보인다.

마을 골목어귀 한구석이 소란스럽다. 족히 5-60분은 되어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계신다. 비도 오고 마땅히 식사를 할 장소가 없으니 동네 창고로 쓰이는 듯 한 곳에 모여 앉았는데 아무래도 많이 불편해 보인다. "멀리서 오셨나 보네요. 어디서 오셨죠?" 기자의 느닷없는 질문에 할머니가 답한다. "절라도서 왔지라. 비도 겁나게 와불고...징허게 먼디 그래도 대통령이 내려와 산당께 안 왔소".  "대통령도 안 계신데 못 보고 가서 서운하시겠네요".  "엄는디 어쩌것소. 그냥 가야제."  마냥 서운한 표정이다.

마을 안내소에 들리니 주인공이 없는 데도 요즘 평일에 3,000명 정도 꾸준히 관광객이 몰린단다. 사저로 가는 길. 약 2개월 전부터 시골할머니들이 나물 몇 무더기 가져와서 팔던 곳은 이젠 제법 비를 피하게도 만들어서 어엿한 장터를 만들었다. 그동안 못보던 옥수수 빵도 보이고 헛개나무를 달여 파는 곳도 새로 입점을 한 모양이다.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좀 더 많은 물건들이 시장바닥을 장식했을텐데...

   
   
  노 전대통령이 심은 장군차나무  
     
사저 옆 노 前대통령이 방문객을 맞아 인사를 하는 언덕 위 전용 연설대(?) 앞으로 줄을 이으며 장군차나무를 심어 놓은 게 보였다. 잎이 무성하고 나무 줄기가 굵은 걸 보니 세상에 뿌리를 내려놓은지 5년은 족히 넘어 보인다. 장군차나무는 원래 씨를 뿌려 싹을 틔우는 실생묘 방법으로 번식을 해왔다. 그러나 차나무는 직근성(直根性)이라 한번 뿌리를 내린 장소에서 옮겨 심으면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해 죽어 버린다고 한다.

특히 장군차나무는 뿌리가 하나로 잔뿌리 없이 땅속 400M까지 내려간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이양번식이 어려운 차나무의 속성을 개선한 것이 삽지묘 방법. 생장점이 있는 가지를 잘라서 묘판에 심어 잔뿌리를 내리게 해 2-3년 자라게 한 다음 옮겨 심으면 제대로 살아 간단다.

지난 번 들렀을 때 노 前대통령은 마을 뒷산에 노사모 회원들이랑 같이 장군차나무를 심고 있었는데...잘 자라고는 있을까? 마을 뒷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군데군데 포크레인으로 땅을 골라 놓았다. 비탈을 조금 올라가니 장군차나무가 보였다. 이 나무들은 평지보다는 오히려 산비탈 같은 곳에서 더 잘 자란다고 했다. 2년생, 아니면 3년생? 나란히 줄을 이루며 심어 놓은 것이 보였다. 지금 내리는 이 비로 저 놈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렸으면 좋겠는데...내년에는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 장군차를 대접하겠노라 했던 노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지려면 저 놈들이 잘 자라야 할 것 아닌가? 아래쪽에는 묘목이 모자랐는지 다음 심을 것에 대비해 작은 구덩이만 파 놓았다.

발걸음을 돌려 마을로 내려왔다. 아까 그 전라도에서 오셨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식사를 다 마치셨는지 버스에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이 우중(雨中)에 그 먼길을 오셨는데...얼굴이라도 보고 가고자 했지만 '오는 날이 장날'이라...얼마나 아쉬울까? 가까운 곳에 살아 자주 들릴 수 있는 기자의 여유가 조금은 미안하다. 올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마을풍경을 보기는 하는데...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눈에 띄는 곳이 있다.

옛날 농기구 보관소로 쓰이던 곳은 노 전대통령의 자전거 타는 모습을 담은 큰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건물 외벽도 노란 색으로 칠해 한결 산뜻해 보였다. 시골집 한구석을 개조해 몰려드는 관광객에게 요기를 채우게 하던 허름한 식당은 '봉하마을 전통 테마식당' 이란 간판으로 새 단장을 했다. 김해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도 보였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니 김해시도 편의제공과 관광진흥 차원에서 시내와 연결한 정기노선을 만들었다.

장군차나무는 묘한 습성이 있다고 한다. 열매가 열리면 한해동안 익어서 이듬해 같은 나무에서 꽃이 피어야만 그 열매가 떨어진다는 것. 종족보존을 위한 철저한 대비이다. 지금 봉하마을의 변화는 새로운 장군차 꽃을 피우기 위한 작업인지도 모른다. 아직 맺지 않은 열매. 그러나 언젠가는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그 열매가 떨어져 또 다른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비 오는 봉하마을을 두고 멀리 충청도, 전라도에서 온 버스는 떠나고 있었다. 비 맞아 한층 푸르게 자랄 장군차를 품은 마을 뒷산은 온통 봄빛초록으로 뒤덮혔다. 간간히 눈앞에 떨어지는 봄꽃들을 보며 오랜만에 시골의 봄을 본 기자는 입속으로 李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을 읖조리고 있었다. 

이균성 기자   kslee473@y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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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당시기 2008-04-23 22:09:32
비를 머금은 장군차나무는 푸르게 자라고, 아름답게 꽃피고, 열매 맺을 겁니다.

앞으로 장군차에게 비가 되고, 거름이 되고, 병풍이 되어 아름다운 꽃과 열매과 싱싱한 잎으로 피어나겠습니다.

봄봄 2008-04-23 12:24:43
기사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진실을 알리는 휼륭한 기자님 되세요 화이팅

참시민당 2008-04-23 06:52:05
그려놓으셨네요. 기사 잘 봤습니다.

두리번 2008-04-22 02:01:32
즐겨찾기에 올리고 종종 찾아오겠습니다.

초롱엄마 2008-04-21 19:05:58
마치 현장에 와 있는듯 한 ...이쁘구,깔금한 기사 정말 고마웠습니다...계속 좋은 기사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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