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키, 동글동글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잿빛 법복으로 단장한 그 모습은 영락없이 부처님오신 날 연등 행열에 참가한 동자승이다.
대한민국 어느 사찰에서나 보살들의 귀염을 독차지하고 있는 동자승!
김해시 한림에 그런 동자승 같은 스님이 있었으니 그는 불인사 주지 송산 스님!
지난 11월 20일, 송산 스님은 불인사 청년회 `선우회` 회원들과 함께 `천원의 행복밥집`을 찾아 나누고 낮추는 보현행원을 실천했다.
스님은 목탁 대신 밥주걱을 죽비 대신 쑤세미를 들었다. 그리고 함께 온 젊은 선남선녀들은 법복 대신 앞치마와 고무장갑을 끼고 개수대에 섰다.
이유인즉, 많아서 나누는 것보다 작아도 나눌 줄 아는 것이 참 보시오, 나누며 뽐내는 것이 아니라 나누며 자신을 낮출 줄 아는 것이 더 큰 보시라는 것을 배우고 느끼기 위해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왔단다.
스님과 10여명의 선우회(회장 현덕 박해준) 회원들은 조유식 이사장으로부터 행복밥집의 취지와 목적을 듣고 행복밥집 어르신들의 취향까지 섭렵한 뒤 배식이 시작되었다.
보살들은 자연스럽게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와 어르신들의 배식을 도왔으며, 처사님들은 설거지 뒷정리를 맡았다.
그리고 마땅한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서 있는 스님에게는 한 보살이 "스님은 밥 퍼세요, 스님이 밥 퍼주시면 어르신들이 참 좋아할 것 같네예"라며 밥통 앞으로 밀었다.
"그래요? 그러면 내가 밥 퍼지요, 저도 밥 잘 펍니다"며 싱글벙글 웃으며 주걱을 들고 밥통 뚜껑을 열었다.
잘 된 밥은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밥집을 들어서는 어르신들을 맞이했다.
"옴마야, 오늘은 스님이 밥을 펀다야 ~"
"스님이 참말로 밥을 퍼주네. 오데 있는 절에서 오셨을꼬"
"오늘은 스님이 주는 밥을 묵게 됐네. 나는 마 죽어서 좋~은데 가겠다"
"밥 푸는 목사, 신부는 봤어도 스님은 오늘 처음이다."며
식사하러 들어오는 어르신들은 밥 보다는 밥을 퍼는 스님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런 어르신들에게 스님은 "어서 오세요, 많이 드세요"라는 정성을 담은 밥그릇을 어르신들의 식판 위에 놓았다.
이렇게 스님은 배식이 끝나는 시간까지 밥 퍼는 모습으로 어르신들을 맞이했다면 식사를 하고 나오시는 어르신들의 배웅은 선우회 회원들이 도맡아 했다.
"맛있게 드셨어요, 안녕히 가세요." 밝고 유쾌한 목소리가 밥집 안을 훈훈하게 했다.
회원들은 2시간가까이 26~70여명분의 설거지를 하고 불편한 어른들의 식사를 도왔다. 시간이 허락한 회원들만 참석했다는 선우회 회원들은 송산 스님 만큼이나 정성을 들여 어르신들을 대접했다.
그날 회원들은 밥집 어르신들을 위해 떡(호박설기) 7되를 준비하여 대접했으며 사과 10박스도 후원했다.
그리고 며칠 후 송산 스님이 설거지를 하러 왔다.
"오늘은 설거지 하러 왔는데 나 말고 교장선생님 한 분 모시고 왔다"
"교장선생님도 이런 거 해봐야 한다"며 경남기술과학고등학교 김재호 교장선생님을 소개했다.
그렇게 스님과 교장선생님은 또 1시간30분 가까이 설거지를 했다. 역시나 스님은 싱글벙글 김재호 교장선생님을 쳐다보며 웃으신다.
"선생님 자리가 오늘 밥집 매상을 좌우합니다"라는 우스게 소리에 김재호 교장선생님은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라며 손도 바쁘고 입도 바빴다.
스님의 개구진 웃음의 뜻을 알았을까 교장선생님은~
그리고 또 며칠 후 불인사 다닌다는 한 보살이 찾아왔다.
"얼마 전 스님과 회원들이 여기를 다녀갔는데 저는 그날 시간이 안 돼 오지 못했는데 내내 마음에 걸려 오늘 한번 와 봤다. 가끔 시간이 되면 와서 도와 드려도 될까요?"라며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와 주시면 고맙다는 이사장의 말에 보살은 "오늘 봉사하실 분이 없으면 제가 좀 도와드리고 갈께요" 라며 설거지를 자처했다. 그리고 음식에 제일 많이 사용되는 어간장 2통도 후원해 주었다.
올해 10월, 마음 맞는 신도들이 `착한 사람들이 벗이 되어 이루다`라는 뜻의 선우회를 만들어 매월 넷째주 일요일 오후 3시 불인사에 모여 공부도하고 사회봉사도 하고 있다.
17명으로 발족한 불인사 청년회 `선우회`는 현재 2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송산 스님은 "이곳에 오시는 분들은 밥을 참 맛있게 드시더라. 그래서 참 고맙더라"고 밥을 퍼고 난 후의 소감을 이야기 했다. 스님은 지금 동안거 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