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 학장.

ㅡ동네가게 살리기

김종덕
경남대 인문사회대학장 

우리사회가 규모가 커지고 경제가 강조되면서 유통분야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필자가 사는 마산에도 최근 몇년 사이에 대형 할인매장이 여러 군데 들어서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대형 할인매장에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수많은 동네 가게들이 문을 닫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소비자들이 대형 할인매장을 찾는 이유는 대형 할인매장이 여러 이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주차하기도 용이하고, 한곳에서 필요로 하는 여러 품목을 살 수 있다. 나중에 쓸 수 있는 포인트도 제공한다. 또 대형할인매장에는 쇼핑 이외에도 식사도 할 수 있고 오락을 즐길 수 있는 시설도 있다. 온갖 상품이 진열되는 대형할인매장 자체가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소비자들은 동네가게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것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게다가 종종 할인행사를 하여 소비자들을 즐겁게 하기도 한다. 동네가게 보다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이 진열되어 있어 골라 사는 재미도 '솔솔' 하다. 또 물건에 문제가 있을 때 다시 바꾸는 것도 용이하다.

하지만, 대형 할인 매장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선, 도시 중심부에 자리한 할인매장의 경우 교통체증을 유발한다. 많은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교통체증을 가져오고 이것은 시간과 에너지 낭비,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것이 첫번째 역기능이다.

다음으로 대형할인 매장은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빼앗는다. 미국 월마트에 대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월마트 직업창출 1명당 지역에서 3명이 직업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형매장을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나 상품을 충동 구매하도록 한다. 게다가 할인매장에서 판매하는 물품은 가격을 싸게 하려고 포장단위를 크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구입한 경우 필요로 하는 양보다 많은 물품을 구매하게 한다. 이것 또한 가격과 경쟁 면에서 유리한 대형마켓은 동네가게를 문 닫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형매장이 야기하는 문제 중에서 특히 동네가게가 위축되고 문을 닫게 될 경우 야기되는 문제점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면 동네가게는 대형 할인매장이 할 수 없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우선 동네가게는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 분들의 생계의 공간이다. 그곳은 그분들의 소득원이며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장이다.

둘째, 동네가게는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 기여한다. 아이들은 동네가게를 드나들면서 물건 사는 법도 배우지만, 어른들을 대하는 법도 배운다. 동네가게는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챙기는 장소로서 기능한다. 자동차가 없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노인이나 장애인들의 경우 동네가게의 주요고객인데, 동네가게는 이들 노인들의 근황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동네가게가 문을 닫는 것은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던 곳이 없어지는 것을 말한다. 동네가게가 문을 닫게 될 경우 그 공간이 우범지역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도 대형할인매장의 확산이후 동네가게가 문을 닫자 그 지역이 우범지대가 되어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대형할인매장이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소비자가 대형할인매장보다 동네가게에서 쇼핑을 하게 되면, 지역경제, 지역의 고용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도 동네가게의 활성화가 지역경제, 지역사회의 활성화에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것의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동네가게가 잘 되어야 동네가 살고, 동네가 잘 되어야 지역사회가 잘 될 수 있다. 특히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제의 위기로 타격을 받고 있는 이 시점에서 동네가게의 기능과 활성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들의 삶을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다.

편집부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