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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직한 촌놈 개구리와 유식한 서울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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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직한 촌놈 개구리와 유식한 서울 개구리
  • 경상도 촌놈 조유식
  • 승인 2023.07.26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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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식의 허튼소리> 15년 전인 2008년 영남매일 지면에 올렸던 조유식의 허튼소리를 새삼스럽게 다시 올려 봅니다.

2008년 어느 날 작은 시골의 우직한 경상도 촌놈 개구리가 서울 구경이 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유식한 서울 개구리들이 전해 오는 화려한 소식에 현혹되어 서울을 동경하게 된 것이다.

늘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이웃들에게 전해주던 우직한 촌놈 개구리가 유식한 서울 개구리들이 전해주는 과장된 소식을 100% 믿고 수도인 서울과 서울 개구리들을 존경하게까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희소식이 왔다.

김해시 부원동에 있는 청정미나리가 서울농산물 공판장으로 간다는 것이다.

마당발 촌놈 개구리는 황급히 미나리 논으로 가서 차가운 냉수로 샤워하고 예쁘게 단장해 있는 청정미나리 품속으로 쏙 들어갔다.

청정미나리를 실은 화물자동차가 경부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 서울농산물 공판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 촌놈 개구리는 다음날 서울 시민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새벽 경매를 기다리는 김해 청정미나리와 작별을 하고 농산물 공판장을 배회하던 중 말로만 듣던 서울 개구리를 만났다. 너무나 반갑고 기뻐서 한참을 뒹굴었다.

궁금한 게 많았던 촌놈 개구리는 서울 개구리에게 서울의 자랑거리를 물었고 서울 개구리는 거만하게 시건방을 떨면서 자랑을 한다. 경복궁이 어떻고, 남산타워가 어떻고, 국회의사당이, 63빌딩이 등등 줄줄 자랑을 하였다.

한참 동안 서울 자랑을 한 서울 개구리가 촌놈 개구리에게 비아냥거리듯 한마디 물어본다. "너희 촌구석에는 자랑거리가 있니? 아마도 없을걸? 혹시 모르니 있다면 소개 한번 해봐라"

뿔다구가 심하게 난 촌놈 개구리가 곰곰이 생각하기를 "저놈의 기를 한방에 꺾어 놓을 수 있는 묘책이 없나"하고 골똘히 생각하다가 대뜸 한마디 한다.

"니, 뱃고동 소리 들어 봤나" 서울 개구리 "아니" 기가 살아난 촌놈 개구리 "그라모 갈매기는 아나" 서울 개구리 "그게 뭔데" 촌놈 개구리 "장군 차 먹어 봤나" 서울 개구리 "아니" 촌놈 개구리 "김해평야는 아나" 서울 개구리 "아니" 촌놈 개구리 "낙동강 700리 아나" 서울 개구리 "아니" 촌놈 개구리 "해운대 해수욕장 아나" 서울 개구리 "아니 모른다" 기세가 등등해진 촌놈 개구리 기고만장하게 턱을 받치고서 한마디 더 한다.

"김해와 부산에는 서울에는 없는 그런 거 다 있다" 이 말을 들은 서울 개구리 조금 전의 태도는 온데간데없고 부러운 목소리로 "어떻게 하면 가서 볼 수 있냐"며 겸손을 뜬다. 

촌놈 개구리,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한참을 가다 보면 부산과 김해가 나온다며 친절히 가르쳐 주었다.

서울 개구리 "나에게 그런 좋은 정보를 주어 너무너무 고맙고 감사하다"면서 "영원이 변하지 않는 친구가 되자"고 맹세를 하고는 헤어졌다.

서울 개구리는 그 길로 부산 구경을 위해 밤낮으로 부지런히 남쪽으로 남쪽으로 걸었다.

아무리 걸어도 부산은 보이지 않고, 다리만 아파오자 서서히 후회하기 시작했다. 우직한 경상도 촌놈 개구리는 지혜롭게 서울로 가는 화물차에 무임 승차하여 배고프면 미나리 먹고 목마르면 미나리 단속의 물 마셔 가며 서울까지 갔다.

반면 유식하고 똑똑한 척했던 어리석은 서울 개구리는 네발로 걸어서 부산 가겠다고 나서서 개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는 없는 일, 계속 걸어서 서울ㆍ부산 중간지점으로 가장 높은 곳인 추풍령 고개까지 겨우 당도했지만, 도저히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서울 개구리는 경상도 촌놈 개구리처럼 지혜가 없어 죽을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 공부했다고 유식한 척하는 잔머리 잘 굴리는 서울 개구리 "그래 더 이상 힘들게 부산까지 가서 갈매기와 해수욕장을 볼 필요 없이 이 고개 정상에 올라가 쳐다보면 잘 보일 것이니 그렇게라도 구경하고 서울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추풍령 고개 제일 높은 꼭대기까지 올라가 부산을 쳐다보았으나 키가 작아 보일 듯 말 듯 하기에 앞다리를 번쩍 들고 일어서서 부산을 쳐다보니 이제야 시원하게 잘 보인다. 

한참을 구경하고 난 서울 개구리 "역시 나는 천재야" 하며 부산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던 서울 개구리 깜짝 놀랐다. 자기 눈에 보이는 도시가 서울과 너무나도 똑같기 때문이었다.

그때서야 경상도 촌놈 개구리에게 속았다고 생각한 유식한 척 잘난 척 똑똑한 척하던 서울 개구리는 영원히 친구 하자던 경상도 촌놈 개구리를 보고 무식한 놈, 죽일 놈, 살릴 놈, 감히 나를 속이다니... 내 저 촌놈 개구리를 잡아 다리부터 분질러 놓고야 말겠다며 펄쩍펄쩍 뛰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다정하게 우정을 나누면서 영원한 친구가 되자며 맹세한 친구를 원수 취급하면서 분통을 터트리고 있으니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세상사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산이 서울과 똑같을 수가 없지 않습니까. 서울 개구리 눈에 보인 곳의 광경은 서울이 분명했습니다.

왜일까요, 답은 유식한 척 잘난 맛에 살던 어리석은 서울 개구리가 자신을 너무나도 모르고 있는 데 있습니다.

개구리의 눈은 머리 뒤쪽 즉, 그 큰 입 위에 붙어 있습니다.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서울 개구리는 부산을 향해 가다가 추풍령 높은 곳에서 부산을 향해 눈이 빠져라 쳐다보았지만 잘 보이지 않자 서서 볼 요량으로 앞다리를 치켜들고 부산 쪽을 쳐다보았지만, 개구리 눈이 뒤통수에 붙어있는 관계로 부산은 자기 입에 가려 보이지 않고 반대인 서울이 보인 것입니다.

우리는 이와 같이 어리석은 서울 개구리처럼 자신의 모순점을 잊고 지역 사회와 더불어 열심히 살아가는 우직한 사람들과 사회를 원망하면서 불평하고 폄하하기를 즐겨왔는지도 모릅니다.

2009년 기축년 새해에는 우직하면서도 지혜로운 소에서 화두를 얻고 잘난 척 똑똑한 척하는 서울 개구리처럼 어리석은 누를 범하지 않는 우직한 영남매일이 되어 지혜로운 촌놈 개구리처럼 당당한 시민의 친구 김해의 친구가 될 것을  다짐해 봅니다. 

2009년 12월 30일 경상도 촌놈 조유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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