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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름다운 노래들을 마음껏 부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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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름다운 노래들을 마음껏 부르리라
  • 영남방송
  • 승인 2009.05.19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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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이 아름다운 노래들을 마음껏 부르리라

이한나
시인

넓디넓은 잔디와 고즈넉이 앉아 있는 바위와 곱게 단풍 든 나무들...그 아래 걸음마 배우는 아이를 데리고 앉은 새댁의 무릎이엔 탐스러운 홍시감이 내 손녀 볼처럼 터질 듯 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용지공원에 서면 그리운 사람을 만난 듯 나는 가슴속에 반가운 눈물이 고여진다. 더욱이 오늘처럼 높은 하늘이 가슴 가득 안겨올 때는 내 마음에 담겨있는 온갖 얘기를 누군가에게 다 내어놓고 싶어진다.

내 나이 오십대! 나의 한 시대는 지금이 결실의 시대가 다가 오는가 보다. 풍성한 가을의 수확 이랄까? 가을 들판에 다 익은 곡식을 쌓아 놓은 듯, 온갖 인생이 지나 간다.

며칠전 넷 자녀 중 막내딸의 결혼식 날짜를 받아놓고, 찻집에서 사돈 될 내외분을 대하면서 나에겐 또 새로운 사람들이 인연으로 닿게 되었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기쁨을 느낀다.

어느 듯 풍성한 사람들이 아름다운 풍경이 되었다. 그러나 어느 샌가 고요한 밤이 되면 지나온 세월들을 되돌아 보게된다.

남보다 어린 나이에 만난 우리 부부는 연년생으로 네 명의 아이들을 길러내느라 아둥바둥대기도 했고, 교육 때문에 직업을 바꿔가면서도 학교가 있는 도시로 이사해서 살기도 했다.

하지만 애들 키우느라 번거롭던 세월이 지나 이제는 석류 알처럼 품고 있던 싱그러운 알맹이들이 하나 둘 제 짝을 찾아 다 빠져나가고 빈껍데기만 남겨 놓은 것처럼 가끔씩 허무와 마음이 밀물 처럼 와 닿는다.

아이들을 결혼으로 마무리하고 나니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이제 곧 앙상한 겨울이 올까 두렵기도 하다. "나이 들면 쓸쓸할 적이 많을 거야" , "심심할 때도 많겠지" 나는 차츰 절실한 고독을 느끼며 어느새 눈언저리가 흠뻑 젖어온다.

그런 외로움에 가끔씩 젖어 있던 중 어느 한 순간부터 나는 나의 작은 일상에서 부터 일탈해서 나만의 정서적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이제야 고독해진 새로운 환경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느꼈다.

그러자 나의 삶은 생기를 되찾으면서 살아온 나이테를 망각하고, 다가 오는 흰 눈의 겨울마저 내가 다른 세계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 하얀 여유의 공간에 나의 다른 한 세상을 설계해 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 하나의 설계중 그림처럼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으니... 연꽃이 고요히 떠있는 호수가 되어 물고기들이 맘껏 뛰놀 듯이 다른 사람이 노니는 공간이 내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내면에 있는 솔직한 심정, 그리움, 행복함, 사랑하는 마음씨를 담백하게 담아보고 싶다. 다정한 사람들이 호숫가에 와서 즐거이 지내면 호수는 더욱 외롭지 않으리라. 그리움이 쌓이고 추억도 영글겠지!

그 둘의 설계는 그 여유의 공간에 육체적 건강도 유념하면서, 황금빛 가을 호박같이, 나이든 사람답게 내가 나를 비춰 보듯이 나를 만나기로 했다. 마음으로나마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성숙된 자유를 나와의 대화로 누리고 싶다.

그리하여 꿈에도 그리던 자연의 시냇가 맑은 물이 되어 이 아름다운 노래들을 소근소근 마음껏 부르리라.

넉넉하고 차분한 갈색 계열의 이 귀중한 여생의 남은 시간들을,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담는 시간으로 만들어 잔잔하고도 생동감 있는 또 다른 한 세계를 창조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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