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국인 미국은 "북핵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양자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왠지 개운치 못하다. 미국이 북한의 전술에 말려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랜드연구소의 북한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분명 (북한과의)외교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92년 남·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공식 선언했지만, 미국은 북한과의 시소 게임에서 허를 찔렸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북한은 미국과 한국·일본·중국·러시아 등이 참여한 6자회담에 대한 거부 입장을 천명하고, 핵무기 개발을 재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은 지하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후 북한은 미국 등 자국을 적대시하는 국가들이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모두 휩쓸어버리겠다"며 전 세계에다 공공연하게 협박했다.
그러던 북한의 태도가 최근 들어 완전히 돌변했다. 미국과의 직접대화에 나설 준비가 됐다는 것이다. 이에 미 국무부는 신속하게 대응했다. 미국은 6자회담의 틀 속에서만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달 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하고 억류됐던 미국 여기자 2명을 데리고 귀국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과의 관계를 해소하고 북한을 새로운 테이블로 이끌어낼 수 있느냐다.
베넷은 한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미국이 북한에 스티븐 보스워스 특사의 파견을 결정하고 6자회담에서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약속하는 것이다.
북한은 6자회담 불참을 고집하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 등 회담 당사국들은 미국이 6자회담을 벗어나 북한과 대화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시점이 좋지 않다. 오바마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문제 등과 함께 파키스탄의 내부 갈등, 이란의 핵 개발 등 국가 안보 문제에 골머리를 앓으며 최우선 과제로 역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한국과 일본, 심지어 러시아와 중국까지 아시아의 핵개발 경쟁에 가세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26일 "우리는 동맹국들과의 단절을 원치 않는다"라며 "북한과 관련된 안보 문제에 대해 동맹국들과 긴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무기를 몇 기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해 미국까지 타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추가적 도발 행위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 부시 행정부 시절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즉 북한이 기존 합의를 파기하고 핵시설의 가동을 재개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경제 제재안이 채택된 이후, 외부 세계로의 문을 닫았던 북한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도 유화적 손짓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속내가 근본적인 핵 폐기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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