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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과 배려의 공정한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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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과 배려의 공정한 시장경제
  • 영남방송
  • 승인 2010.10.18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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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윤 호서대 벤처전문대학원 교수>

어린 시절 동네 골목가게는 놀이터였다. 과자 한 봉지, 아이스바 하나씩 집어 들고 딱지 치고 구슬 치면서 해가 저물어 가는지 모르고 놀다가 어머니께 혼이 나기 일쑤였다. 어른들에게 골목가게는 동네 사랑방이었다.

평상에 둘러 앉아 김치전, 막걸리, 비빔국수 등 음식도 나누고 누구네 아들 대학 들어간 이야기부터 누구네 딸 결혼한 이야기까지 동네 소식들을 나누면서 이웃 간의 정을 쌓았다.

골목가게는 동네 지킴이다. 늦은 밤에도 어두운 골목을 밝혀주니 귀가길이 무섭지 않고 비가 오면 잠시 비를 피할 수 있는 처마를 내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일터에서 돌아오는 부모들을 기다리며 머무르기도 하고 나이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는 잠시 다리를 쉬어 가기도 한다.

이런 골목가게들이 언젠가부터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골목 곳곳에 대기업 편의점이 들어서고 대형마트들이 전국에 점포망을 넓혀 가면서 골목가게들을 찾는 손님들은 줄어들어 갔다. 이제는 SSM까지 동네 구석구석 서민 상권까지 점령해 가면서 골목가게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는 ‘공정’이다. 모두가 백가쟁명식의 ‘공정’에 대한 주장들을 외치고 정부는 앞다투어 ‘공정 정책’을 내놓고 있다. 과연 우리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공정한 사회는 시작과 중간과 마무리가 모두 공정해야 성립할 수 있다. 기회의 균등이라는 시작의 공정, 과정의 투명이라는 중간의 공정, 결과에 승복이라는 마무리의 공정이 일관되게 이루어질 때 우리는 공정한 사회로 진화할 수 있다.

이것은 이념의 좌우와 정치적 이해를 넘어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동의하는, 그리고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대전제다.

최근 지역 상권을 둘러싼 논쟁을 보면서 우리 사회는 과연 공정한가 반문해 본다. 월등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들이 골목상권까지 침투해 오면서 서민경제의 실핏줄들이 하나씩 사라져 가고 있다. 상생과 배려보다는 탐욕적 시장만능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아닌가?

지역 상권에서 영세상인들의 ‘기회의 균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대형마트, SSM 등 월등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과의 본원적 경쟁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법령과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공동구매, 유통선진화, 마케팅 지원 등 관련 정책들을 정밀하게 설계하고 발전하는 골목가게의 변신을 국민들에게 알려 취약계층이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혀 주어야 한다.

또한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정책의 목표, 지원 대상, 지원 과정 등 정책의 가치사슬(Value Chain)을 명시적으로 전파해 영세 상인들의 능동적 참여를 확장하고, 소비자들에게도 작은 소비와 마을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등 정책집행과 정책소비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정책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영세 상인들의 자구노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질높은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고 만족을 높이려는 상인들 스스로의 노력이 결합될 때 국민적 공감을 확장할 수 있다. 그래야만 반시장적이고 소비자의 편익에 반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러한 시작, 과정, 결과의 공정성을 높여야만 무자비한 시장만능주의를 극복하고 기회 균등, 상생과 배려의 ‘공정한 시장경제’를 우리 사회에 구축할 수 있다.

전통시장과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이 두 개 법안은 지역경제에서 공정한 시장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첫 단추이다. 우리 모두 서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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