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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 힐링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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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 힐링이 필요
  • 영남방송
  • 승인 2013.10.22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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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호 소방방재청장>

“수면제 없이 잠을 잘 수 없어 매우 힘들고, 잠시 잠이 들었다가도 폭발장면과 함께 작업 중 사망한 동료들이 꿈에 나와 악몽에 시달려 한번 깨어나면 다시 잠들기가 힘들어요. 식욕이 떨어지고 약을 먹기 위해 밥을 꾸역꾸역 먹고 나면 소화가 힘들어 구토가 나옵니다. 초등학생 아들이 병문안을 왔는데 화상을 입은 제 모습을 보고 놀라 그 자리에서 쓰러져 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했어요. 아들이 저를 피하는 모습에 상처를 받았고 가정이 깨질까봐 두렵습니다.”

지난 3월 전남 여수 화학단지 폭발사고 경험자에 대한 재난심리지원 상담 사례이다. 재난을 경험한 당사자는 물론 가족이 받게 되는 심리적 충격이 어느 정도이고 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가 가늠할 수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사고로 탑승자 307명이 심리적 고통을 받았다. 상당수는 생사를 오가는 끔찍한 경험으로 다시는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될지 모른다. 또 재난현장을 목격한 구조자, 동행인 등도 끔찍한 상황으로 겪게 되는 심리적 불안, 동료와 친구를 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어 매우 힘들다고 호소한다. 이러한 큰 충격의 사고를 경험한 피해자들이 겪는 대표적인 질환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이다.

필자는 소방관으로 근무하는 25년 동안 일선에서 이런 수많은 재난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재난 피해자가 겪게 되는 마음의 충격은 경제적인 보상으로도 해소되지 않는 심각성을 안고 있다. 대구지하철화재,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붕괴, 매년 반복되는 풍수해 사례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가정이 파괴되는 현상을 수없이 보아왔다.

이런 현상은 최근 재난이 대형화·복잡화되는 반면, 대가족, 끈끈한 혈연·지연관계 등 전통적인 사회구조가 붕괴되면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에 많은 상담전문가들은 1인 가구가 25%를 차지하는 등 개인주의, 핵가족화가 심화되면서 현대인들은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PTSD를 겪게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사회구조의 붕괴를 국가와 우리 사회 모두가 책임지는 새로운 힐링프로그램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미국의 ‘정신적 트라우마 클리닉’은 교통사고나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PTSD를 치료하는 기관으로 유명하다. 9.11테러 이후에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통해 재난대처와 함께 PTSD 치료도 담당토록하고 있다. 일본은 1995년 고베대지진 심리적 충격자를 위해 “마음치료연구소”가 설립되고 지방 5개 공립병원에 PTSD 전담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정부도 2006년부터 재난경험자들을 대상으로 ‘재난심리지원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마다 ‘전담센터’를 지정하여 2,200여명의 상담 전문가들이 재난 경험자와 그 가족, 동행인, 관련자들의 심리적 고통과 충격을 완화시키는 찾아가는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재난으로 심리적 충격을 받는 피해자가 연간 수만 명에 달한다. 그 가족, 동행인, 동료, 목격자를 포함하면 심리지원이 필요한 대상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금년에는 경북·울산 산불, 여수 화학단지 폭발, 강원도 호우피해 특별재난선포지역을 중심으로 815명에 대한 상담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322명) 253% 증가한 수치로 앞으로 재난심리지원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여성, 노약자 등 재난취약계층의 상담수요가 많았던 것은 현대 사회의 힐링포인트를 암시하고 있다. 또한 금년 상반기부터 2차 이상 상담 비율을 크게 늘리면서 99.5%(811명)가 정상회복 되어 재난경험자 충격완화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제 국가재난관리기관 책임자가 되어 재난 현장에서 가족과 재산을 잃고 큰 실의와 충격에 빠져 있는 피해주민들을 볼 때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곤 한다. 그들은 그 어떤 물질적 보상보다 자신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심리적 공감을 원하고 있다. 특히, 여성, 노약자, 어린이 등 취약계층은 재난에 열악한 사람들이어서 위기 상황에 처하면 더 큰 심리적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재난심리지원제도는 취약계층을 위한 현장중심 안전복지서비스이다.

재난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이나 마음의 상처는 평생 간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권한다. 전문가들이 적극 도울 것이다.

앞으로도 정부는 재난으로 심리적 충격을 이겨내고 하루 속히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국민이 건강한 사회,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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