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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득 할머니 일대기(3)- 산더미 같은 군함선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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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득 할머니 일대기(3)- 산더미 같은 군함선 안에서
  • 영남방송
  • 승인 2014.01.25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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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안에는 나 말고도 내 또래의 여자 두 명이 먼저 와 있었고 남자도 한 명 더 있었다. 나는 의지할 데도 없었고  어디로 가는지도 몰라 두렵고 무섭기만 했다.

남자는 그런 내게 남의 말을 듣지 말고, 가만히만 잘 있으면 꼭 좋은 곳에 취직시켜 주겠다고 또 다짐했다. 어리석고 순진했던 나는 엄마에게 알리지 못하고 떠난 것이 내내 걱정되었지만, 좋은 곳에 취직시켜 준다는 말만 되새기며 불안함을 떨쳤다.

 
 
남자와 나는 부산에 도착하여 하루를 묵었다. 다음 날 배를 타고 갔다. 점점 집에서 멀어지자 두려운 마음이 더 했고, 서서히 불길한 생각들이 고개를 들었다.

내 나이 22살, 나는 산더미 같은 큰 배를 타고가면서, 산더미보다 큰 불행이 닥쳐올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눈앞에 펼쳐진 망망대해를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밤이 되자 파도가 심해졌다. 제대로 먹지도 못한 나는 밤새 흔들리는 배안에서 토악질을 해댔다.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 어머니, 엄마는 내가 끌려가는 것을 아실지... 갑자기 사라져버린 나를 얼마나 애타게 찾으실지...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어머이, 무서버... 지금 내가 오데로 가고 있는 모르겄다.'

'여를 우찌 빠져나가지?'

'나 혼자 우리 고향으로, 우리 집으로 찾아갈 수는 있을까?'

'여가 대체 이디고? 동생들과 어머이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집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내를 얼마나 찾을꼬?'

'저 일본 사람들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으이 지금 내가 가는 지가 오덴지 모르겄다. 아, 나는 이제 어디로 가는 걸까?'

집 생각, 엄마 생각에 도망 갈 엄두도 못 내고 밤낮 흐르는 눈물로 시간만 보냈다.

앞으로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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