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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홀로서기를 연습하는 막내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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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홀로서기를 연습하는 막내딸
  • 김병기
  • 승인 2014.02.13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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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김해중부서 유치관리팀장>

해맑은 미소로 세상의 문을 열고 온 사랑스러운 막내딸.

자라면서 아직까지 아비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고 초등학교 일기장에 늦둥이로 태어나게 해 주어 감사하다며 학교에서 내어준 과제물 등을 알아서 챙기던 막내딸이 이제 태어난 김해를 떠나 대구에서 대학생활을 한 지 한해가 되었다.

기숙사 배정이 되지 않아 혼자 학교 앞 원룸을 얻어 자취를 하면서 미소를 잃지 않고 건축 디자인 공부에 들어가는 교재비를 마련하느라 뜨거운 기름도 아랑곳하지 않고 통닭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니 넉넉하게 학비를 보내주지 못한 못난 부모라 미안하고 한편으로 대견스럽다.

그래 어차피 이 세상은 아비가 대신 살아줄 수 없는 곳 인지라 홀로 고민도 하고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도 터득해야 한단다.

아비의 고향은 낙동강 이궁대가 바라보이는 밀양시 초동면의 날끝. 얼굴 한번 붉히지 않고 농사만 지은 할아버지 슬하 아들 5형제 중간으로 태어나 꼴지게에 솔방울도 주웠고 거름을 만들기 위한 개똥을 줍기 위해 새벽 일찍 뛴 적도 있었다.

이제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뛰 놀던 동구 밖에는 정부의 4대강 공사로 제방이 새롭게 생겨나고 없던 물길도 열렸지만 알고 지내던 이웃 어른들은 양지바른 뒷산에 누웠고 옛 친구들은 그리움 뒤에 숨었다.

5형제가 고향을 등지고 뿔뿔이 흩어지면서 할아버지의 땀내 듬뿍 머금은 논밭을 지키기 위해 농사짓는 형제에게 조건 없이 모든 논밭을 물려주기로 하였기에 이 아비는 너희 엄마와 결혼해 연탄가스가 새는 셋방살이 마다하지 않았고 근무지가 바뀌면 반복되는 13번 이사에도 불평 없이 따라준 너희가 있어 힘들지 않았다.

하늘을 우러러 가는 곳마다 주인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서 나름 열심히 살았다. 앞으로도 이대로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살아가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아 걱정 이란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야만 함을 잘 알기에 떠나기 전 어떤 모습으로 너희 앞에 남아야 할 가를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단다.

내 나이가 어때서 하며 당당히 살아감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새벽이면 괜스레 잠을 이루지 못함은 아비 또래의 공통된 처지라 생각되지만 오늘밤 유난히 밝게 쏟아지는 가로등 불빛에 떨고 선 자동차 그림자가 더욱 서러워 몸서리를 친다.

그래도 내일이면 또 다른 날이 다가옴을 잘 알기에 옷깃을 여미며 그래도 아비 곁에는 너희 3남매가 있어 정녕 외롭지 않다.

오늘 아침밥은 챙겨 먹었는지? 행여 굶지는 말아라. 혼자만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든든히 먹고 싶은 것 챙겨먹고. 적당히 현실과 타협도 하며 좌우로 흔들리는 세파에 귀를 열어 버려야 할 것은 버리고 너의 길을 찾도록 하려무나.

세상사 모든 인연은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니 나이 들어 떠나는 이를 보더라도 너무 서글퍼 하지 말고 하루하루를 귀중히 여겨 헛되이 시간을 낭비치 않도록 하려무나. 지금 늦다고 생각하는 이 순간이 가장 빠른 시간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막내딸이기에 아비는 믿는다.

막내딸로 태어나 주어 고맙고 건강하게 자라주어 사랑스럽다. 베이비붐 세대의 아비인지라 괜스레 눈물 많고 걱정꺼리 많지만 홀로서기를 연습하는 대견스러운 막내딸이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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