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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자가 새벽에 미용실에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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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자가 새벽에 미용실에 간 까닭은?
  • 김병기
  • 승인 2014.03.03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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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유치관리팀장>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새벽 3시 상가 건물. 손전등으로 굳게 잠긴 미용실 물을 드라이버와 전선으로 잘도 열고 침입해 재빨리 뒤져 금풍을 챙겨오던 좀도둑 A(남,26세)가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잠복근무 형사에게 발각되어 검문검색을 당했다.

소지한 드라이버 출처와 용도를 추궁하는 형사에게 그간 실행한 범행을 시인 고개를 숙였다. 1년 전만 하더라도 휴대폰 가게를 운영하다 사업실패로 가게 문을 닫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새벽시장에 상가 건물이 밀집한 내외동 미용실을 표적삼아 올 초부터 본격적인 좀도둑으로 신분을 바꾼 것이다.

연이어 발생하는 미용실 절도 사건을 접한 형사들은 주변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확보해 체격이 호리호리한 왜소한 풍의 청년에 주목해 범행 발생 시간대인 새벽 3시 전후로 상가건물에 잠복근무를 실시하였다.

감시카메라에 포착된 인상착의가 비슷한 남자를 발견해 미행으로 불상남자가 2층 미용실을 살피는 모습을 확인한 후 용의자로 의심되어 1층으로 내려오는 것을 정지시켜 불심검문을 실시한 것이다. 남들이 곤히 잠든 새벽시간에 밀려드는 잠을 쫓으며 피해자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형사들의 집념이 꽃을 활짝 피우는 순간 이었다.

A는 경찰서에 와 그간 저지른 범행을 띄엄띄엄 되새기고 지친 표정으로 안락한 집이 아닌 이곳 유치장에 새벽 6시경 입감 되었다. 입감절차로 체포 당시 등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을 시 언제든지 인권위원회 진정권과 경찰서 청문감사관 면담권이 있음을 알려주고, 소지물품을 회수 보관했다가 출감시 반환함을 알려 주었다.

3회에 걸친 설명에 MP3 외 소지물품이 없다 해 최소한의 유치인의 보호를 위한 정밀 신체검사를 실시하게 되었고, 호주머니에 숨긴 커터칼과 드라이버를 찾아내 회수했다.

“왜 앞서 제출치 않고 숨겼느냐?” 물음에 범행에 사용한 것은 형사에게 이미 제출했기에 지닌 것이라는 다소 옹색한 변명에 따끔하게 꾸짖고 유치실로 입실을 유도하자, 먼저 들어와 지켜보던 유치인이 “니는 죄질이 불량한기라. 나도 절도지만 경찰이 발견 못하고 만약 그대로 칼을 들고 왔더라면 어찌될 뻔 했노.” 한 마디에 좀도둑 A는 아무 말 없이 쪼그려 앉는다.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 했는데, 자식보다 적은 나이인지라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좀 씻고, 조금 있으면 밥이 들어오니 쉬어라.” 따뜻한 말로 바른 마음가짐을 갖도록 격려 하였다.

유별나게 중소기업체가 많은 김해인지라 먼지 나고 소음 많고 힘든 작업장에는 타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차지한 현실 앞에 이 땅의 젊은이들은 땀 흘려 노력해 돈을 벌 생각은 하지 않고 손쉽게 일확천금을 노리다 결국 삐뚤어져 자기도 모르게 범죄자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물질 위주로 치달려 온 성장 뒤에 늘어선 군상 앞에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책임 같아 마음이 무겁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일은 앞으로 절대 없을 것이다.” 누군가 일침이 새삼스럽게 와 닿은 밤. 유치장의 새벽냉기가 오늘따라 목덜미를 싸늘하게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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