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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진 한사랑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근 마포대교에서 어벤져스2 촬영을 위해 교통을 통제하였다는 기사를 보았다.
우리나라도 할리우드의 주력 시장이 되어 마케팅 차원에서 서울 촬영이 전략적으로 이루어졌겠지만 한편으로는 문화 영상 콘텐츠의 중심이 되어간다는 면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뿌듯하기도 하다.
어벤져스는 아바타와 타이타닉에 이어 엄청난 수익을 기록한 만화 원작의 영화이다. 흥행의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필자의 생각으론 다양한 히어로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과거 히어로물의 주인공과 악당 1대1일 구도에 식상한 소비자들이 수많은 영웅들이 서로 갈등하며, 경쟁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에 열광한 것이 아닐까.
다양하고 재미있는 히어로들을 보면서 나는 술과 관련하여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알코올중독, 우울증, 불면증 환자를 보았지만 사람별로 그 원인이 다양하다. 모두 다른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만들어진 모습이 지문처럼 모두 다르고 술 문제의 양상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나는 과연 술에 취하면 어떤 모습일까? 평소에 내성적이지만 술만 마시면 초록색 괴물로 변하는 헐크인지 아니면 아버지가 물려준 돈으로 술과 향락을 즐기며 인공 심장을 이식하여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폼 나게 살고 있는 아이언맨인지 특수 약물을 이용하여 강한 몸을 가지게 된 캡틴 아메리카처럼 술로 모든 것을 극복할 힘을 얻은 사람인지 아버지뿐 아니라 남동생과도 갈등을 해결 못 하고 타지를 배회하며 괴로워하는 토르인지 한번 깊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코올 중독이 해결이 안 된다고 얘기하지만 술 문제를 극복하는 사람들도 재발하는 사람만큼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 변화의 첫걸음은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술을 먹으면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야 한다. 자신의 문제를 모르면 고칠 수가 없고, 알고도 고치지 않는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간혹 알코올 치료 일선에 있는 의사들조차 알코올중독이 치료가 안 되는 병이라고 보호자에게 설명하기도 한다. 재발이 잦고, 술 문제뿐 아니라 폭력성이나 미숙한 인격으로 가족과 치료진을 힘들게 하지만, 치료되는 병이며 외래 치료를 통해 회복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외래치료가 가능한 수준을 지나서 오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상담을 통해 전문가의 결정을 따르면 된다. 병원에서 입원을 권하는 것은 이미 외래 치료의 시기가 지났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영화에서처럼 다른 사람이 위기에 처하면, 수트를 입고 어벤져스가 될 순 없지만 내가 술에 취했을 때 어벤져스가 출동하게 만드는 악의 세력이 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