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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사 하는 날 비 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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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사 하는 날 비 와도 좋다.
  • 김병기
  • 승인 2014.07.24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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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유치관리팀장

결혼을 하고 직장을 따라 여러 번 이사를 했다. 마산 신혼집에서 김해로 이사 하던 날,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용달차에 내린 가재도구가 젖을까 염려되어 급히 장판으로 덮고 좁은 골목길을 몇 번이나 오가며 옮겼다.

요즘은 이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있지만 80년대 초에는 대부분 직접 이삿짐을 싸 지역 전화번호 끝이 2424인 용달차를 이동수단으로 이사를 했다.

막 경찰생활을 시작한 탓에다 잦은 근무지 이동에 열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없는 횟수만큼 이사를 다니다 보니 나름대로 노하우를 터득해 당장 사용치 않는 물건을 아예 포장을 풀지 않고, 쉽게 깨어지는 물건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구입치 않았다.

남들은 이사를 하는 날이 좋아야 된다며 용한 점쟁이나 철학관 집 근처 절에 가 길일을 택해 이사를 하였지만 근무일이 아닌 쉬는 날 이삿짐을 직접 옮겨야 하므로 이사 일로 잡았다. 길일을 택하지 않는 탓인지 몰라도 어김없이 이사를 하는 날이면 비가 왔다.

누군가 ‘이사하는 날, 비가 오면 잘 산다.’ 하던데 그 말을 위안삼아 이사를 감행한 탓인지 몰라도 87년 셀마 태풍에 방 안까지 바닷물이 들이닥쳐 가재도구를 몽땅 남해용왕님께 헌납한 일도 있었다. 덕분에 정부에서 제공한 이재민 구호물자도 받았고, 그래도 슬하의 3남매가 아무 탈 없이 자라 자기 몫을 하고 있고 건강한 손녀도 얻었기에 비 오는 날 이사도 괜찮다.

며칠 전에 김해 어방동에서 봉황동으로 이사를 했다. 생활정보지에 나열된 이삿짐센터를 들춰내어 보니 포장이사에 일반이사에 반포장이사도 있었다. 짐이라곤 장롱과 책장에다 가전제품 그리고 부엌용품이라 일반이사를 택했다.

가격대를 알기 위해 몇 군데 견적서를 받아보니 서비스는 거의 비슷한데 가격이 120만원부터 16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헌데 벽걸이 TV와 에어컨은 설치비가 별도고 돌침대 또한 그러했다. 여기다 사다리차 비용도 별도였다.

잠시 혼란이 왔다. 별도라고 하는데 맞는 것일까 의문이 들어 앞서 이사를 한 조카딸에게 물었다. 아마 이사를 처음 하는 줄 알고 견적을 낸 것 같은데, 별도 가격을 제시하는 것은 직접 업체를 선정하고 이삿짐만 옮기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말을 따랐다. 이사 비용이 100만원에 해결되었다. ‘불러주어 고맙다.’ 인사 치례를 덤으로 받아 기분이 좋았는데 또 비까지 왔다.

열 번 넘게 이사를 한 우리보다 신혼생활 조카딸의 지혜로움에 감탄 하면서 새삼스럽게 잘못 살아 온 세월이 아닌 지 옷깃을 여민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낳은 정과 기른 정이 법정에 올라 기른 정이 낳은 정을 제쳤다 한다. 맹골수로 만큼이나 거친 풍랑에 굴하지 않고 한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세상을 용케 이만큼 살아오게 한 조상님 은덕에 감사드린다.

눈 앞 보이는 사물만 볼 것이 아니라 오늘 아침에는 지그시 눈을 감고 보이지 않는 내면의 소리도 들어보자. 아웅다웅 살다 갈 세상이기에 이사하는 날 비 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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