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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세번째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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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세번째 학교
  • 최금연 기자
  • 승인 2007.11.18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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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선생님과 우리 사회] ⑥
할머니 선생님이 본 유아-중·고령 연계사업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대응해 출산과 양육을 장려하고 노인인구를 활용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육아 경험이 있는 50~60대 중·고령 여성을 유치원 보조 인력으로 육성해 활용하는 ‘유아-중·고령 여성연계사업’도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다. <국정브리핑>과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번 사업을 바라보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를 마련했다.<편집자 주>

광주농성초등학교 병설유치원 할머니 봉사자 김순자
나는 지금 세 번째 학교에 다니고 있다. 맨 처음엔 내가 자라면서 학교에 다녔고, 다음은 자식들을 키우면서 또 학교에 다녔다. 내 자녀들이 다 크고 나서는 학교에 다닐 일이 없겠거니 생각했는데 난 요즘 또 학교에 다니고 있다. 바로 손주들 때문이다.

올해 초 내가 유치원에 유아-중고령 자원봉사자를 희망한 것은 개인적인 동기에서였다. 내 손주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회활동을 하면서 삶의 활력도 되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있는 일을 하며 운동도 겸할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생각과 많이 달랐던 유치원 생활

몇 시간의 연수를 받고 직접 체험하게 된 유치원 생활은 처음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할 일이 많았다. 난 유치원 선생님들이 그렇게 바쁘게 지내는지 전혀 몰랐다. 유아들의 기본생활습관 지도에서부터 건강, 안전, 인성교육, 현장학습. 시도 때도 없이 터져나오는 유아들 개개인의 개인적인 욕구들에 일일이 반응해 주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이 이렇게 분주하다 보니 내가 맡은 일 또한 여러 가지이다. 아이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유치원에서 지내기 때문에 청결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석구석 먼지를 쓸고 닦고, 걸레를 삶고, 식기들을 소독하고 하다 보면 어느새 마치는 시간이 된다.

우리 유치원 한 켠의 텃밭(일명 즐거운 동산)에는 아이들과 함께 심고 가꾼 방울토마토, 가지, 고추, 피망, 옥수수, 감자, 고구마, 해바라기, 수세미 등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물을 주고 풀뽑기를 하며 키워내는 재미는 쏠쏠했다. 아이들도 나도 무한한 행복을 느끼며 무공해로 길러낸 채소들로 요리활동을 하며 종일반 유아들의 간식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유치원 아이들 모두 손주 같아

내 손주들은 집에서는 날 할머니라고 부르고 유치원에서는 ‘도우미 선생님’(할머니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요즘 같이 핵가족이 늘어나는 시대에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 내 손주들 뿐만 아니라 유치원 아이들 모두 나에게 매달려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간식을 먹여달라고도 한다. 또 아이들은 ‘할머니 손은 잠손’하며 등을 쓰다듬어 주며 다독거리고 있노라면, 어느새 포근하게 무릎에서 잠에 빠지곤 한다.


온종일 유치원에 있게 되는 종일반 유아들이 간혹 옷에 실수를 할 때면 선생님이 실수한 아이 닦아주랴, 옷을 갈아 입히랴, 무척 분주해 진다. 그러는 동안 다른 아이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교실이 어수선해진다. 이럴때 실수한 아이를 씻기고 옷을 갈아 입히면 선생님은 교실의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

예전에는 학부모 입장에서만 보았던 유치원이 함께 지내고 보니 더 친근하게 다가오고 돕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게 되었다. 유치원 유아들 모두가 내 손주 같고 그 아이들을 돌보며 선생님을 돕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운 일인지 모른다.

“나 학교 다녀올게요!”

내가 유치원 자원봉사자로 근무한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내가 동네를 오고 갈 때면 우리 유치원 아이들이 멀리서부터 뛰어와 “도우미 선생님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한다. 그럴 때면 내 옆에서 걷던 남편이 놀란다. “자네도 선생님이야?” 그럼 나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며 대꾸한다. “그럼 당연하지. 나 공인이니 당신 나에게 함부로 하면 안돼요!” 하고 당당하게 말한다.

인생에서 세 번째 학교를 다니면서 나는 선생님이 됐다. 나는 도우미 선생님으로서 교사들이 아이를 돌보는 일을 도우면서 진정으로 학교를 이해하게 됐고 내 인생의 말년을 알차게 보내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나는 오늘도 학교에 가면서 내 남편에게 자랑스럽게 말하고 집을 나선다. ‘나 학교에 다녀 올께요.’
 
글/ 광주농성초등학교 병설유치원 할머니 봉사자 김순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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