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OB맥주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OB맥주는 최근 '1.6리터 페트제품에서 이상한 맛이 난다'거나 '색이 혼탁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평소보다 5-6배 폭증하자 부랴부랴 정밀분석 작업에 나섰다.
다량의 샘플을 통해 원인을 규명한 결과 지난 4월17일 경기도 이천공장에서 출고된 맥주제품에서 들어가서는 안 될 '페디오 코커스 젖산'이 함유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회사측은 내부 논의 끝에 문제가 발생한 공장의 생산라인을 즉각 중단시키는 한편, 시중에 유통된 제품을 수거키로 하고 직원들을 동원해 1인당 적게는 수십병, 많게는 수백병을 한꺼번에 유상구매 방식으로 수거토록 했다.
광주 남구의 한 슈퍼마켓 주인은 "지난 주말에 한 남성이 찾아와 1.6리터 짜리 OB맥주 150병 가량을 아무 말없이 사갔다"며 "너무 특이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회사측은 불량제품이 발생했음에도 공식 리콜없이 직원 구매방식으로 우회적으로 수거한데다 국세청에만 보고하고 비공개 수거에 나서 곱잖은 시선을 받고 있다.
또 자사 홈페이지를 통한 고객 안내문도 수거 작업이 개시된 이후 게재해 회사측이 불량제품 유통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낳고 있다.
회사측 관계자는 "문제의 젖산(유산균)은 김치나 막걸리, 와인 등에서 흔히 발견되는 인체에 무해한 성분이지만, 유독 맥주에 함유되면 신맛을 내거나 맥주가 뿌옇게 변하는 부작용을 낸다"며 "공정상 문제가 있긴 했지만, 성수기에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것을 우려해 비공개 수거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출하 당시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으나, 폭염이 이어지면서 햇빛에 과다 노출된 일부 제품에서 변형이 생긴 것 같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회사측이 수거한 맥주는 광주.전남 소매점을 중심으로 3만병 안팎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하자물량의 80-90%는 이미 수거했으며 가능한 한 나머지 제품도 모두 사들일 방침"이라며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고 더욱 엄격한 품질관리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식품 위생과 투명 경영을 최우선시해야 할 거대 주류회사가 불량제품을 유통시키고도 뒤늦게 직원들을 동원해 이를 몰래 거둬 들이고 안내문도 늑장 게재한 것과 관련, 기업 이기주의라는 소비자 불만은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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