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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 의료에 필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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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 의료에 필요한 것은
  • 영남방송
  • 승인 2011.03.15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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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석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

얼마 전 네 살 어린이가 장이 밀리면서 겹쳐지는 장중첩증으로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장중첩증은 이미 표준 치료법이 마련돼 있는 질병으로 기본적인 시술이 제때에 제대로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이 아이는 생명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첨단의료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수 조원의 국가예산이 필요한 의료선진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응급의료체계만 제대로 작동된다면 구할 수 있는 적지 않은 생명들이 해마다 희생되는 일이 수 십 년간 반복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2009년에만 1만4000명 이상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우울증 환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살시도로 응급실로 이송된 환자는 ‘고의적 자해’라는 이유로 건강보험 혜택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이는 제대로 된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로 사망한 환자 수는 270여 명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서 계절성 인플루엔자로 사망하는 환자 수는 연간 2700명 정도로 추산된다. 2009년 신종플루는 평년에 비해 특별히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신종플루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국민들이 느끼는 공포는 극단적으로 나타났고, 정부도 방역, 치료약 및 백신 보급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한 바 있다.

보건의료분야의 정책결정에서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할수록 주관적인 가치판단에 영향을 받는다. 신뢰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충분히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장기적 목표를 정하지 않으면, 일시적인 사회적인 관심에 따라 정책이 결정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의료문제가 주요 이슈가 되고 이에 수반되는 비용문제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장중첩증과 관련된 진단 및 치료는 모두 필수의료행위로 건강보험의 급여대상이다.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한 어린이는 의료비가 없어서 사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첨단 신약이나 의료기술을 개발하여 의료산업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고, 외국인 환자를 많이 유치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스포츠맨십이 없고, 기본기가 충실하지 않은 운동선수가 득점을 위한 잔기술만 배워서는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없듯이, 의료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과 객관적인 근거에 바탕을 둔 의료제도의 확립 없이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발전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컴퓨터에 비유한다면, 운영 체계(operating system)가 제대로 되어 있어야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안정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 그 동안 한국의료는 외형적으로는 양적 성장 및 기술적 발전을 이룩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많은 문제점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한국의료도 제도 전체를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근거중심체계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앞서가는 사회적 변화와 국민들의 의료에 대한 요구를 따라잡을 수 없다.

한쪽에서는 과잉진료, 의료쇼핑, 첨단 기술 등으로 한정된 의료자원이 낭비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는 당연히 받아야 할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필수적인 의료의 질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의료의 현실이다. 이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이다.

사회복지의 가장 큰 축인 의료정책을 시류에 영합해 성급히 결정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필수적인 의료의 질을 보장받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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