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의 용맹정진
지난 4일 오후. 소서(小暑)를 며칠 앞둔 봉하마을 역시 마을 앞 들판에서 바람이 불어온다고는 하지만 무더위에 싸여 있었다. 주차장을 가득 채운 관광객들이 타고 온 차량 위로는 쉴새 없이 아지랑이 같은 열기가 피어 오르고 땅은 잦은 비에도 후텁지근 했다.
노 전 대통령과 마을주민 모두가 '나비축제' 로 유명한 전남 함평을 다녀 온 내용을 취재코자 찾은 봉하마을의 전통테마식당 느티나무 밑. 마을 유일의 나무그늘이 만들어지는 이 곳에서는 마을에서 가장 젊은 일꾼이자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화포천 지킴이 승구봉 단장이 대원 한 사람과 열심히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사진 속의 그림들은 모두 본산공단과 인근 시설에서 내 보내는 오. 폐수로 찌든 오염현장들.
"그나마 우리가 밤에도 감시활동을 해서 이 정도입니다. 밤낮으로 지키는데도 이런데...그 전에는 어떠했겠습니까?". 승 단장이 들고 있는 사진에는 축산물 가공 때 남은 고기 찌꺼기, 하수 정화조 설치가 되지 않은 어느 업체의 하수시설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이 나쁜 넘들 우짜모 좋겠노? 직이지도 못하고. 참 열 받제...". 같이 있던 대원의 질문에 승 단장은 "우짜기는 뭐 우짜노? 환경오염 시키지 말고 좀 잘 하라꼬 부탁을 해야제. 그래도 안 되면 방법이 있나? 고발을 하든지...그 방법 밖에 더 있나? 니 그 넘들 직이면 까막소 간데이. 맞제?" 라고 허드레 대답을 하고는 기자를 보며 씨익 웃었다.
"어제 함평 다녀 오셨지요?". "예. 연천마을과 생태경관 협약을 맺고 오두마을의 '황토와 들꽃 세상' 이라는 곳을 갔다 왔습니다. 이미 봉하마을보다는 먼저 친환경생태마을을 조성하고 공동체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는 곳이라 그 경험과 노하우를 벤치마킹 한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번 함평의 농촌마을 방문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전남 함평군은 군민들은 물론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자연경관조성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곤충연구소를 설립, 운영함으로써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마련을 위한 기틀을 다지고 적극적인 친환경 생태보존을 꾀해 새로운 농촌 소득원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 이미 10년전부터 개최해 오고 있는 '함평 나비대축제' 는 이제 전국적인 축제로 발전하여 그 명성을 드날린다.
"이미 봉하마을에도 함평군 곤충연구소에서 보내준 곤충들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부화하고 번식시키는 기술을 빨리 습득하야 하는데...연꽃과 수생식물들과 야생화 그리고 장수 풍뎅이, 사슴벌레 등 각종 곤충과 송사리, 미꾸라지, 참게 등이 어울어진 살아있는 자연 환경. 상상만 해도 아름답고 행복해지지 않습니까?".
그는 이제 농사일이나 친환경, 생태복원 같은 얘기가 나오면 하나 막힘이 없이 바로 쏟아져 나온다. "이번 견학은 우리 마을 주민들에게도 많은 학습효과를 주었습니다. '친환경 여건을 조성하여 새로운 모습의 농촌을 만들어 가는 것' 과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이 어떤 결과를 가져 온다는 것도 봤습니다. 봉하마을은 이제 시작이지요. 다들 열심히 하니 좋은 결과가 올 것입니다".
좀 있으면 맞는 봉하마을의 여름휴가도 들풀들을 구경하고 자연과 더불어 새로운 농촌을 가꾸어 가는 곳을 찾아가는 일정들이 많을 것으로 그는 전했다. 농촌의 성공사례들을 살펴보고 연구하는 것으로 휴가를 보낼 것 같다는 말을 덧붙혔다. 오리를 논으로 내보내고 화포천의 불법 밀렵을 감시하고 연밭을 만들어 참게를 함께 키우는 이들의 용맹정진. 노 전 대통령은 함평 오두마을 방문에서 "모두가 어렵다고 걱정하는 농촌을 이처럼 모두가 살 수 있도록 바꾼 지혜가 존경스럽다"고 했다는데...
"아...내일 1시에 화포천 지킴이단 감시보트 진수식이 있습니다" . 가끔 만날 때마다 취재하는 기자 질문에 대답 몇 마디 남겨주고는 휘~익 트럭 몰고 마을 들판으로 나가기 바쁜 김 비서관. 입으로 전하는 초대장 하나를 허공에 던지며 회의를 위해 매정하게(?) 주민들과 함께 마을회관으로 쏙~ 들어갔다. 그러나 그 때까지 생가 옆 '만남의 장소' 에는 많은 방문객들이 노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고 마을 앞 논에는 오리떼들이 빼액~백 거리며 부지런히 벌레들을 찾고 있었다.
이균성 기자 kslee473@y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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