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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식의 허튼소리- 큰 머슴과 7살짜리 꼬마 머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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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식의 허튼소리- 큰 머슴과 7살짜리 꼬마 머슴
  • 경상도 촌놈 조유식
  • 승인 2013.10.07 17: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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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학력 '무학'으로 기자가 되기까지

동냥을 시작한 지 1년쯤 된 어느 날 평소에는 가지 않던 제법 큰 집의 웅장한 대문을 용기를 내어 두드렸다. 동냥 좀 주이소~예... 동냥 좀 주이소~예...

얼마 후 대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그토록 보고 싶었던 누나였다. 서로 쳐다만 보고 한참을 울다가 누나의 양 엄마가 동냥바가지 수북이 담아준 쌀밥을 들고 돌아서는 나를 보고 누나가 당부를 했다.

앞으로 절대로 오지 말라고 말이다. 누나의 깊은 뜻이 있었겠지만 나는 누나의 당부처럼 그 후 그 집에 한 번도 가지 안 했다.

내가 동냥을 하여 먹고 사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윗마을 부잣집 할아버지가 자기 집 머슴으로 나를 데려갔다. 그날부터 나는 꼬마 머슴이 되어 큰 머슴들을 따라다니며 시키는 잔일들을 했다.

필자에게 딱 맞는 망태를 등에 지고 큰 머슴들을 따라 소 먹이러 갈 때 함께 가서는 소가 좋아하는 꼴(풀)을 배어 망태에 꾹꾹 쑤셔 넣고 오기도 하고 마당을 쓸기도 했다. 큰 머슴들이 필자를 자기들 잔심부름꾼으로 억세게 부려 먹었지만 따뜻한 방에 끼니마다 보리밥이지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행복했으며 즐거웠다.

아마도 일보다는 필자를 불쌍하게 여긴 할아버지의 깊은 배려로 큰 머슴들 속에서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었다고 본다.

하루는 대청마루에 둘러앉아 저녁밥을 먹고 있는데 할아버지의 명을 받은 며느리가 부엌에서 갈치 한 토막을 가져와 필자의 밥그릇에 올려 주었다. 살이라고는 별로 없는 꼬리 부분이었지만 엄마와 헤어진 후 처음으로 받아보는 갈치였다.

큰 머슴들의 눈치를 보면서 갈치 꼬리부분 한 토막 전체를 손으로 들고 뼈 채로 조금씩 먹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필자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고개를 들고 돌아보니 할아버지의 며느리였다. 그 며느리가 필자를 후려치고 나서 하시는 말씀이 "이놈아 그 갈치 뼈를 모아 된장 지지는 데 넣을 건데 주둥이를 대고 빨아먹으면 누가 그 뼈가지를 먹겠느냐"며 호통을 치는 것이다.

바싹 마른 갈치의 꼬리 부분에 살 반 뼈 반인데 어떻게 먹으라는 것인지 눈물만 흘리다가 결국 그 갈치 꼬리도 다 먹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아주머니의 자식들에게 주려고 남겨 두었는데 할아버지가 필자를 불쌍히 여겨 한 토막 주라고 하니 선뜩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필자가 그 사건 이후부터 지금까지 갈치는 뼈 채로 먹고 있는데 함께 식사하는 가족들조차 이런 사연도 모르고 참 잘 먹는다며 갈치를 자주 준다. 꼬마 머슴살이를 시작한 지 1년여 후인 어느 날, 큰 머슴 중의 대장 머슴 아저씨가 필자의 엄마가 어디 사는지 안다고 했다. 엄마가 어디 사는지 알고 나서는 엄마가 보고 싶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큰 머슴 아저씨가 알려준 그곳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비가 오는 어느 날 큰 머슴들이 아랫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그 시각 필자는 마을에 놀러가는 척하며 할아버지의 집을 나왔다.

고맙고 감사했던 할아버지와 따뜻하게 돌봐 주었던 큰 머슴 아저씨들에게 인사도 하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그 집을 나왔다. 혹시라도 필자를 잡아두고 엄마를 못 찾아가게 할 것 같아 살짝 나왔던 모양이다.

필자는 늘 그 할아버지와 가족들 그리고 큰 머슴 아저씨들이 보여준 따뜻한 사랑을 잊어 본 적이 없다.

추위에 떨며 사흘이 멀다 하고 배고픔으로 눈물에 젖어 살며 갈 곳 없던 거렁뱅이 아이를 데려가 돌봐준 그분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필자가 받은 은혜만큼 배를 곪는 아이부터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까지 부모 없이 어렵게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추위와 비바람을 피하고 밥만 먹을 수 있다면 살아가는 데는 별문제가 없다고 본다. 거기다 친구들과 남들 다 가는 학교에 가서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보살펴 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필자가 다니지 못한 초ㆍ중ㆍ고라는 학교에 단 한 명이라도 다니게 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보람된 삶일까 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다음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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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實 2013-10-12 12:27:32
그 책은 누나가 글 재주가 있어서 영화로도 나왔는데... 이제 글 재주가 더 많은 남동생의 이바구가 한 편의 영화가 되기를 바람. 정의로움을 주장하는 조유식이 더러운 정치꾼과 싸우는 장면과 어려웠던 시절 이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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